RJ 저널 16호 l 24년 9월호 l 기후위기와 회복적 정의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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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J 저널 16호 l 24년 9월호

기후위기와  회복적 정의



 딸아이가 포장 주문한 음식을 받으러 가는데 용기를 싸 들고 갑니다. 용기에 담아올 거랍니다. 플라스틱이 썩는 데 500년이 걸리기 때문에 번거롭지만 그리한답니다. 판매자는 용기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좋고 소비자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서 좋고 지구는 깨끗해져서 좋습니다. 잠시 귀찮은 것 빼고는 모든 것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하여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올해 폭염은 최장 열대야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1) 폭염으로 월 평균기온이 1도만 올라가도 자살률이 2.2% 높아지고 폭력범죄는 3%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2) 폭염은 사망, 자살, 유산, 성범죄, 폭력사건, 총기 사고, 충동행동, 내전의 발생 비율을 높이고 성적을 떨어뜨리며 GDP감소에 영향을 미칩니다.3) 폭염을 비롯한 기후 위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예상했던 결과이기에 새삼스럽지도, 갑작스럽지도 않지만 매년 피부로 느껴지는 위기감은 한층 더 공포스럽습니다. 


 캐나다 메노나이트 대학교수인 자렘 사와츠키는 ‘정의평화(JustPeace) 윤리의 공유: 회복적 가치 발견하기’에서 “정의평화는 사람, 땅, 구조물(structures), 신 등 모든 것 사이의 올바른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회복적 가치 중상호연결성은 “모든 것이 관계망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총체적(holistic)관점”이기 때문에 “(회복적)절차는 갈등에 영향을 받은 관계망 속 사람들뿐 아니라 사회적, 제도적, 생태적, 정신적, 개인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세대(世代)라는 가치에서 현재와 관계를 맺는 최선의 방법을 정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미래를 모두 고려하여 “세대를 일곱 번 거슬러 올라갔을 때 무슨 일이 있었고, 또 그 일은 오늘날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가? 세대가 일곱 번 내려갔을 때의 후손들에게 최선은 무엇인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4)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140년간의 협상을 통해 왕가누이 강이 인간과 동일한 법적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5) 강을 더럽히거나 해롭게 하면 사람에게 한 것과 똑같이 처벌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들의 인식과 감수성은 감동을 넘어 숙연하기까지 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기후 위기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주된 원인뿐 아니라 상호연결성과 세대라는 회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결여, 자연에 대한 감수성 부족과 책임감 결여라는 원인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회복적 정의가 추구하는 회복의 요소 중 ‘공동체의 회복’은 단지 인간 공동체의 범주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동식물과 자연으로까지 회복의 대상을 확대시켜야 마땅할 것입니다. 


 회복적 정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도 살릴 수 있고 살려야 하는 정의라고 믿습니다. 




  1. 천권필/정은혜 기자, 『폭염·열대야 기록 다 갈아치웠다… "그래도 올 여름이 가장 선선”』, 중앙일보, 2024.09.01
  2. 세계경제포럼(WEF), ‘폭염과 정신건강’ 보고서, 2022
  3. 김민욱 기자, 『[기후변화청구서3]-폭염… 조기 사망 수십만 명, 사회적 비용 1백조』, mbc뉴스, 2024.8.15
  4. 자렘 사와츠키, 『정의평화 윤리의 공유: 회복적 가치 발견하기』, 김훈태 역, 슈타이너사상연구소
  5. 앤드류 울포드·아만다 네룬드, 『회복적 정의의 정치학』, 김복기 역, 대장간, 2022, 283-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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