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J 저널 vol.8 l 22년 9월호 l 촉법소년과 회복적 정의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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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J 저널 22년 9월호 

촉법소년과 회복적 정의



요즘 청소년범죄 관련 뉴스를 듣다 보면 말미에는 항상 가해청소년이 촉법소년인지 아닌지를 거론합니다. 


최근 법무부 장관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던 이 이슈가 다시금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현재의 촉법소년 연령 기준(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은 1958년 소년법 제정 당시의 기준이기 때문에 현재는 아이들의 성장 및 발육 상태가 다르고,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날로 흉포화되고 있으며, 법의 보호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의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범죄는 개인의 문제보다는 사회적 문제이고 엄벌주의의 처벌이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의 재사회화를 위한 교육적 접근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이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연령 하향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14세 이상은 보호처분도 형사처벌도 모두 가능하지만 촉법소년을 법으로 보호하는 이유는 그 연령대의 아이들이 보이는 미성숙함과 아이들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교정, 교화의 가능성 때문일 것입니다. 몸집만 커졌을 뿐 촉법소년들이 예전보다 성숙해졌거나 교정, 교화의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못을 하고도 법이 보호해 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 그들의 미성숙함을 말해줍니다. 또한 성인 범죄자들과 똑같이 다루어야 아이들의 교정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최근의 연령 하향에 대한 목소리는 혐오 문화에 기반한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처벌의 이유는 잘못에 대한 죗값이고, 교정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촉법소년들을 교육적으로 가르쳐서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보호 조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죗값을 치러야 잘못을 깨달을 텐데 처벌로 죗값을 치르지 않다 보니 이를 악용하여 계속 범죄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죗값이라는 것이 꼭 처벌이어야 하는 지와 처벌을 통하면 잘못을 깨달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처벌 받으면 죗값을 치룬 것이라는 이해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에게 해야 될 진정한 사과와 책임에 대해 가해 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지, 가해자가 처벌로 잘못을 깨닫기는커녕 억울해 하고 자신을 피해자로 둔갑 시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일입니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자기 잘못을 깨달아야 합니다. 잘못에 대한 깨달음은 벌을 받아야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게 될 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는 상대의 잘못으로 자신이 받은 상처와 아픔을 가해자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고, 가해자는 상황을 설명하고 피해자에게 직접 책임질 수 있는 직면의 기회가 필요합니다. 직면은 피해자의 회복과 가해자의 책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물론 직면으로 인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직면은 당사자들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며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면했지만 가해자가 여전히 책임지려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지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진정으로 책임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직면을 통해 가해자의 책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원한다면 피해자에게는 그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며 잘못을 하면 책임질 일이 생긴다는 것을 가해자는 배워야 할 것입니다.


촉법소년의 문제는 연령 하향이라는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과자를 양산시키고, 경찰력을 소진시키며, 촉법소년들의 재사회화를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그보다는 소년원의 과밀수용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인력과 시설을 확충하고 보호처분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안전하고 교육적인 직면의 방법들을 모색하는 노력들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학폭법이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차례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은 엄벌 주의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편집인의 글





[펴내며] l 편집인 l 2


[카툰] 10대들의 뇌 l 이형우 l 4

[주제글1]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와 관련하여 - 경찰단계의 기대와 우려 l 박기영 l 4

[주제글2] 소년수형자에 대한 회복적 사법 적용 필요성 l 김영식 l 8

[주제글3] 아동의 발달단계와 촉법소년 l 김훈태 l 13

[주제글4]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미야구치 코지)을 읽고 l 권란희 l 16


[RJA 스케치] 촉법소년 연령 하향, '회복적 정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l 뉴스앤조이 l 19


[연재1] 뒷북(book)이야기 8 - 처벌의 목적은 처벌 그 자체가 아니다! l 이재영 l 23

[연재2] 벨린다 홉킨스 박스의 회복적 교실 - 차분히 돌아보기 l 벨린다 홉킨스 l 28

[연재3] 비대면 인문학 강좌 3 - 코로나 시대, 비대면으로 연결되는 세상 l 김애경 l 30


[회복적 실천] 잘못하면 벌 받는다? l 윤구식 l 33


[그림책 이야기] 무위(無爲)의 시간으로부터, <프레드릭> l 박성실 l 36

[드라마 이야기]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을 보고 l 장민지 l 40


[회원 인터뷰] 저를 소개합니다 ~ l 김재희 l 43


[RJ 뉴스] '흉악범 촉법소년' 5년간 2000여명...한동훈, 촉법소년 연령 하향 착수 l 시사저널 l 45


[RJ 포토 스케치1] 사랑의 교실 진행자 워크숍 l 편집부 l 48

[RJ 포토 스케치 2] 협회 지부/지회장 연석회의 l 편집부 l 49


[RJ 포토] 사진으로 보는 이모저모 l 편집부 l 50


[협회소식] 협회소식 l 사무국 l 51

[협회후원] 후원회비 증액을 부탁드립니다 l 편집부 l 52

[광고] 주) 피스빌딩 스토어 l 편집부 l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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