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J 저널 23년 6월호
장애와 회복적 정의
인류 최초의 교사는 누구였을까요? 원시시대에도, 학교가 없던 시절에도 가르침과 배움은 있었을 것이고 그 역할은 많은 부분 부모와 공동체가 담당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수렵에서 농업으로 삶의 형태가 바뀌면서 한 곳에 정착하게 되었고, 사회의 다변화와 지적 욕구의 다양성이 학교라는 전문 시설을, 교사라는 전문 역할을 필요로 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그러고보면 교사는 부모의 역할이 확대된 것이고 학교는 공동체의 역할이 확대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 가사에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군사부일체(君 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듯이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같은 은혜를 가진 한 몸으로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되는 존엄한 존재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교사는 하나의 직업일 뿐이며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공급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교육의 영역조차 시장 논리에 잠식당하다 보니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사들은 소비자에게 ‘교원평가’라는 이름으로 ‘소비자 만족도 조사’까지 받게 되었고 ‘갑’, ‘을’ 관계를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내놓은 ‘무상교육’ 정책은 낳기만 하면 정부에서 다 키워준다는 인식과 믿음 을 갖게 하였고 그 결과 교육과 양육의 모든 책임은 학교와 교사가 떠안게 되었습니다. 입시위주의 교육은 학교가 더 이상 다양한 지성과 인성을 배우고 사회성과 관계성을 경험하는 배움의 공동체가 아니라 단지 균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적자생존의 정글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은 모든 것을 ‘공부’로만 평가하게 만들었고 공부를 못하거나 안하거나 다른 관 심을 가진 친구들은 학교에 올 필요가 없는, 아니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미 낙오하고 낙인 찍힌 불량 제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내가 자고 있는 동안 친구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라는 유행어가 있었습니다. 이 미 함께 성장하는 ‘친구’가 아니라 물리쳐야 하는 ‘적’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학교는 사람 사는 곳’이라는 인식 전환,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을 통해 배우고 대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생길을 준비하는 곳이 학교여야 한다는 어느 교사의 이야기가 마음 깊이 다가옵니다. 그것이 교육이고 공동체의 역할이었으니까요.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많은 이들을 슬픔 속에, 많은 교사들을 무기력함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분노한 여론과 무책임한 정부는 이번에도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구도로, 학부모를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쉬운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이 슬픔과 분노, 무기력함이 이번에는 오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질이 왜곡되어 서는 안될 것입니다. 교사보다 권력서열 위에 있는 아이들을 끌어내려 서열을 정리하고, ‘낙인찍으면 예방되고 분리하면 보호되고 처벌하면 해결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고통스럽지만 이제는 총체적인 교육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보고,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무책임한 엄벌주의의 땜빵식 대책들이 낳은 무서운 결과를 목도해야 합니다.
그럼 이 암담한 현실을 어디서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피해회복과 자발적 책임의 필요를 깨닫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펴내며] l 편집인 l 2
[카툰] 칼과 말 l 이형우 l 3
[RJ로 바라본 세상] 이제 학교의 교육력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l 이재영 l 4
[주제글1] 위기의 학교, 희망은 어디에 l 김선희 l 7
[주제글2] 학교밖으로 보내는 가정통신문 l 정성식 l 10
[주제글3] 교육현장, 교사가 말한다 - 서면 인터뷰(영유아) l 가정어린이집 원장 l 13
[주제글4] 교육현장, 교사가 말한다 - 서면 인터뷰(초등) l 최선자 l 17
[주제글5] 교육현장, 교사가 말한다 - 서면 인터뷰(중등) l 신선호 l 24
[주제글6] 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본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 l 황태진 l 26
[RJ 애도] 서이초 선생님을 기억하며... l 편집부 l 29
[연재] 감시 대신 '후원과 책임 서클' l 임수희 l 32
[RJ 연구자료] 회복적 정의에 대한 이론적 연구 및 비판(3) l 케빈 I. 마이너&J.T 모리슨 l 35
[그림책 이야기] 다시 <하늘을 나는 사자> l 박성실 l 38
[영화 이야기] 영화 <다음 소희>를 보고 l 장민지 l 41
[소개합니다] 회복적정의협회 강원지부 l 이발희 l 44
[회원 인터뷰] 저를 소개합니다 l 김남수 l 46
[RJ 뉴스] 서이초 교사를 추모합니다 l 편집부 l 48
[포스터 전시장] 홍보물 모아보기 l 편집부 l 49
[RJ 포토] 사진으로 보는 이모저모 l 편집부 l 50
[피스빌딩 리트릿] 2023 피스빌딩 리트릿 l 편집부 l 51
[협회 소식] 협회 활동 나눔 l 사무국 l 53
[피스빌딩 스토아] 교구 및 도서 안내 l 편집부 l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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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J 저널 23년 6월호
장애와 회복적 정의
인류 최초의 교사는 누구였을까요? 원시시대에도, 학교가 없던 시절에도 가르침과 배움은 있었을 것이고 그 역할은 많은 부분 부모와 공동체가 담당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수렵에서 농업으로 삶의 형태가 바뀌면서 한 곳에 정착하게 되었고, 사회의 다변화와 지적 욕구의 다양성이 학교라는 전문 시설을, 교사라는 전문 역할을 필요로 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그러고보면 교사는 부모의 역할이 확대된 것이고 학교는 공동체의 역할이 확대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 가사에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군사부일체(君 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듯이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같은 은혜를 가진 한 몸으로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되는 존엄한 존재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교사는 하나의 직업일 뿐이며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공급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교육의 영역조차 시장 논리에 잠식당하다 보니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사들은 소비자에게 ‘교원평가’라는 이름으로 ‘소비자 만족도 조사’까지 받게 되었고 ‘갑’, ‘을’ 관계를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내놓은 ‘무상교육’ 정책은 낳기만 하면 정부에서 다 키워준다는 인식과 믿음 을 갖게 하였고 그 결과 교육과 양육의 모든 책임은 학교와 교사가 떠안게 되었습니다. 입시위주의 교육은 학교가 더 이상 다양한 지성과 인성을 배우고 사회성과 관계성을 경험하는 배움의 공동체가 아니라 단지 균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적자생존의 정글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은 모든 것을 ‘공부’로만 평가하게 만들었고 공부를 못하거나 안하거나 다른 관 심을 가진 친구들은 학교에 올 필요가 없는, 아니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미 낙오하고 낙인 찍힌 불량 제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내가 자고 있는 동안 친구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라는 유행어가 있었습니다. 이 미 함께 성장하는 ‘친구’가 아니라 물리쳐야 하는 ‘적’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학교는 사람 사는 곳’이라는 인식 전환,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을 통해 배우고 대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생길을 준비하는 곳이 학교여야 한다는 어느 교사의 이야기가 마음 깊이 다가옵니다. 그것이 교육이고 공동체의 역할이었으니까요.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많은 이들을 슬픔 속에, 많은 교사들을 무기력함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분노한 여론과 무책임한 정부는 이번에도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구도로, 학부모를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쉬운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이 슬픔과 분노, 무기력함이 이번에는 오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질이 왜곡되어 서는 안될 것입니다. 교사보다 권력서열 위에 있는 아이들을 끌어내려 서열을 정리하고, ‘낙인찍으면 예방되고 분리하면 보호되고 처벌하면 해결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고통스럽지만 이제는 총체적인 교육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보고,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무책임한 엄벌주의의 땜빵식 대책들이 낳은 무서운 결과를 목도해야 합니다.
그럼 이 암담한 현실을 어디서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피해회복과 자발적 책임의 필요를 깨닫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펴내며] l 편집인 l 2
[카툰] 칼과 말 l 이형우 l 3
[RJ로 바라본 세상] 이제 학교의 교육력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l 이재영 l 4
[주제글1] 위기의 학교, 희망은 어디에 l 김선희 l 7
[주제글2] 학교밖으로 보내는 가정통신문 l 정성식 l 10
[주제글3] 교육현장, 교사가 말한다 - 서면 인터뷰(영유아) l 가정어린이집 원장 l 13
[주제글4] 교육현장, 교사가 말한다 - 서면 인터뷰(초등) l 최선자 l 17
[주제글5] 교육현장, 교사가 말한다 - 서면 인터뷰(중등) l 신선호 l 24
[주제글6] 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본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 l 황태진 l 26
[RJ 애도] 서이초 선생님을 기억하며... l 편집부 l 29
[연재] 감시 대신 '후원과 책임 서클' l 임수희 l 32
[RJ 연구자료] 회복적 정의에 대한 이론적 연구 및 비판(3) l 케빈 I. 마이너&J.T 모리슨 l 35
[그림책 이야기] 다시 <하늘을 나는 사자> l 박성실 l 38
[영화 이야기] 영화 <다음 소희>를 보고 l 장민지 l 41
[소개합니다] 회복적정의협회 강원지부 l 이발희 l 44
[회원 인터뷰] 저를 소개합니다 l 김남수 l 46
[RJ 뉴스] 서이초 교사를 추모합니다 l 편집부 l 48
[포스터 전시장] 홍보물 모아보기 l 편집부 l 49
[RJ 포토] 사진으로 보는 이모저모 l 편집부 l 50
[피스빌딩 리트릿] 2023 피스빌딩 리트릿 l 편집부 l 51
[협회 소식] 협회 활동 나눔 l 사무국 l 53
[피스빌딩 스토아] 교구 및 도서 안내 l 편집부 l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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