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J 저널 22년 3월호] 코로나 시대의 학교 현장 이야기 _ 김훈태(회복적정의 연구소 연구원)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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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학교 현장 이야기1)



김훈태 (회복적정의 연구소 연구원)




코로나19로 전 세계적 팬데믹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났다. ‘뉴노멀’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우리의 삶은 달라졌다. 전염의 위험 때문에 얼굴을 마주한 활동은 터부시되었고, 줌을 비롯한 비대면 접촉 기술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 학교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학교 교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비대면 시대의 교육 현실과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담임 선생님들은 콜센터 직원이자 유튜버가 됐다.” 


학교 현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비대면 수업 이후 교사들은 하던 일을 그대로 하면서 처음 해보는 일, 안 해도 될 일까지 도맡게 되었다. 


“작년에 1학년 담임이었는데,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걸 가르치느라 애를 먹었다. 붙들고 앉아서 5분 이면 될 일을 캡처 이미지 30개 정도를 서로 보내며 겨우겨우 했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비대면 수업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교사들은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야 하고, 생소한 전자기기 기술을 익히면서 수업을 하느라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은 몹시 어려운 작업이다. 


“하나의 교실이 다 각각의 성이고, 교사는 통치하는 성주의 역할이 되는 문화가 있다. 교사 간의 건강한 비판과 협력이 굉장히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로 서로 소통하고 함께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물론 잘 되는 학교들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들에서는 단절이 부각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생긴 어려움은 교사와 학생 간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교사들 간의 소통에도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교사들은 저마다 외로움과 단절감을 느꼈다. 여기에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지침과 공문을 통해 일방적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지시했고, 학부모들은 공부만이 아니라 돌봄에 대한 요구도 많이 했다. 동료에게 힘을 받을 수 없는 단절 상황에서 일방적이고 과도한 요구들에 눌려 교사들은 빠르게 소진되어 갔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상황은 학교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기도 했다.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학교의 기능에 어려움이 생기자 학교가 해왔던 본질적 기능에 대해 돌아보게 된 것이다.


 “코로나 전후로 학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학교가 필요하다’라는 것이라고 본다. 나는 학교는 교육뿐만 아니라 돌봄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돌봄 의 개념을 가지고, 학교 내에서의 관계 맺음을 어떻게 새롭게 할 수 있는지 질문할 때다.”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읽혀지는 것들이 있다. 옷 입은 꼴만 봐도, 상담을 단 한두 마디만 해 봐도,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교사는 안다. 아이들은 분명히 신호를 준다. 이런 것들이 너무 어려워지고 나니, 오히려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 서로 만나는 돌봄의 기능을 학교가 얼마나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만이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돌봄은 생활지도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는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학습의 공간만이 아니라 서로 관계 맺고 돌봐주는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교사는 과목을 가르칠 뿐 아니라 학생들의 인격적 성장과 행복한 삶을 돕는 교육자이다.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학교의 생활지도 기능이 약해졌고, 학생들은 생활습관 및 관계형성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교육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했다. 


“결국 학교는 대면이고, 한 공간에 있어 보는 경험이다. 이번에 합창 대회를 온라인으로 하는데, 너무 아쉽 더라. 같이 무대에 올라가서 다 끝내고 내려올 때의 그 온도를 어떻게 따라가겠는가.” 

“공동생활, 민주적 공간으로, 삶의 공간으로 학교가 의미 있다. 물론 인터넷에도 커뮤니티 공간이 존재하지 만, 그곳들은 아이들을 환영하거나 안전한 공간이 절대 아니다. 그런 공간으로서의 학교는 아직 어떤 방법으로도 대체할 수 없고, 코로나로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서 그 기능이 많이 약화된 것이 굉장히 우려스럽다.” 


코로나 팬데믹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안에 어떻게든 코로나가 종식될 거라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학교는 어떻게 회복되어야 하는지, 우리의 삶은, 또 관계는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입시교육의 관점에서는 학습능력 저하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겠지만, 좀 더 본질적 질문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학교는 왜 존재하는가?’


전염병의 유행과 기후위기가 시대적 고통으로 다가온 오늘날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인간 삶의 건강한 관계일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다가오든 우리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우리 안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 존중이 있을 때 가능하다. 코로나 시대에 학생들과 교사들, 부모들이 절실하게 느꼈던 필요는 직접적인 연결감이었다. 앞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은 더 많은 요구와 변화 앞에 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1) 이 글은 교육공동체벗의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 62권(2021년 5-6월호), 강혜경, '교사에게 기술을 묻다'의 인터뷰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했다. 큰따옴표의 말들은 현장 교사들의 발언이다.




위의 글은 [RJ 저널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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