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J 저널 22년 6월호] 사이버 범죄와 회복적 정의 _ 황태진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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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범죄와 회복적 정의



황태진 (회복적정의 연구소 연구원)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나가고 있다. 스마트폰은 청소년들의 삶에서 관계를 맺는 필수 통로가 되었다. 청소년들의 삶이 인터넷 세계 속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사이버폭력의 문제도 급증 하였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사이버폭력에 가담하거나 피해를 당할 위험성이 대단히 커졌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비대면 범죄는 1,806건에서 2,806건으로 55% 이상 증가하였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113건에서 171건으로 51% 급증하였고, 가정폭력 신고 건수도 1,466건에서 1,548건으로 5% 증가하였다. 또한 이른바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우울증과 무기력이 폭력으로 변질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사이버폭력 유형을 다음과 같이 세분하고 있다. 


- 사이버 스토킹(Cyber Stalking) : 특정인이 싫다고 했음에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계속해서 말, 글, 사진, 그림 등을 보내 공포심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위. 

- 사이버 비방(Cyber Slander) :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특정인에게 욕설, 비속어, 모욕적인 메시지 등 을 전달하는 것. 

- 이미지 불링(Image Bullying) :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모욕하기 위해 타인에게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사진이 나 동영상을 유포하는 행위. 

- 사이버 위장(Cyber Impersonation) : 특정인의 아이디를 이용하여 사이버 상에서 그 사람인 것처럼 하는 행동. 

- 사이버 강요(Cyber Coercion) :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특정인에게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하거나 심부름을 시키는 행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특정인에게 돈, 사이버 머니, 캐릭터 등을 요구하거나 데이터나 소액결제 등의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행위. 

- 사이버 성폭력(Sexting) : 특정인에게 성적 메시지를 보내거나 성적 모욕 등을 하는 행위. 

- 사이버 따돌림(Cyber Exclusion) : 사이버 상에서 의도적으로 특정인을 친구목록에서 제외하거나 친구신청 거부 또는 배제하는 행위.

- 플레이밍(Flaming) : 공적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인을 일부러 자극하여 논쟁 또는 분란을 일으켜 특정인이 문제 있음을 드러나도록 하는 의도적 행위. 

- 사이버 폭로(Cyber Outing) :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유포 및 공유하는 것. 


여기에 더해 사이버폭력의 새로운 유형이 출현하였다. 이에 따르면 ‘카따’는 카카오톡에서 집단으로 따돌리는 행위이다. ‘떼카’는 SNS를 이용하여 다수의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일시에 욕을 하는 행위이다. ‘방폭’은 대화방에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 피해 학생만 남기는 행위이다. ‘감옥’은 채팅방에 초대한 뒤 피해 학생에 대한 욕설과 험담을 올리고, 피해 학생이 나가도 계속 초대하는 행위이다. ‘와이파이 셔틀’은 피해 학생의 데이터를 강압적으로 사용하는 행위이다. ‘하트 셔틀’은 스마트폰 게임을 위해 필요한 하트를 강압적으로 사용하는 행위이다. ‘게임 셔틀’은 게임을 대신하거나 아이템을 탈취하는 행위이다. 


현재 청소년 사이버폭력을 규제하는 법률로는 「정보통신망법」, 「학교폭력예방법」, 「형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법들은 청소년 사이버폭력에 대한 분리주의와 처벌을 통한 대응을 규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서는 정보통신망 침해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을 두고 있고,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에서 스토킹범죄에 대한 벌칙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청소년들이 미성년자이기에 사이버폭력 행위로 처벌받은 사례는 거의 없고, 이와 관련된 선도교육이나 조치를 받는 경우도 그다지 많지 않다. 엄벌주의와 분리주의 정책은 사이버폭력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가해 학생을 엄벌하거나 분리한다고 해서 피해 학생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이버폭력의 경우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형사법적 접근하게 되면 관계 회복보다는 처벌 위주로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 내 사이버폭력 사안처리 절차를 보면 상담과 신고가 병행되고 있어 학생 간 화해유도의 기회를 잃게 되거나, 조기 개입하여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신고로 넘어가 형사사건이 되는 사례도 있다. 사이버폭력 관련 대책들을 보면 대부분 예방교육이나 상담에만 치중되어 있고, 지속적 개입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이버 폭력에 대한 대부분의 대응은 실증주의적 패러다임에 근거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데, 이것은 엄벌주의와 분리주의적 대응으로써 대화나 논의의 여지를 없애버린다. 따라서 사이버 갈등을 제대로 다루 기 위해서는 실용주의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방법은 화합적이고 협력적인 접근법을 통해 관련된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힘의 계층구조를 수평화하고,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절한 온라인 도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사이트 관리자가 차단에 대해 검토를 한 후, 특정 내용을 삭제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사용자 계정을 정지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본래의 갈등을 해결하거나 사용자들이 갈등 해결에 이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은 하지 못한다. 


회복적 사법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Zehr, 2005). 첫째는 회복으로, 이는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때 회복은 피해자가 경험한 물질적, 심리적 피해 회복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어떤 회복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사건 당사자 외에도 가족이나 학교, 지역 등 공동체의 범위로 확대해서 피해 회복을 바라본다. 

둘째는 책임이다. 책임은 외부에서 주어지기보다 스스로 인식하고 책임질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규칙이나 법으로 인한 처벌이 아닌 가해자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가져온 영향력을 확인하고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때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직면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자발적 책임의 힘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며, 가해 에게 조건 없는 온정을 베푸는 온정주의와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참여이다. 기존의 응보적 사법에서는 권위자로부터 주어지는 처벌을 통해 잘못을 상쇄하고 정의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러나 회복적 사법에서는 관련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부여받고, 그 책임을 지켜나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공동체는 잘못한 사람을 배제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 상황에 대한 직면을 통해 자발적 책임에 이르게 한다. 그럼으로써 가해자 스스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영향력을 확인하게 되고, 이를 바로잡는 자발적 책임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는 당사자들을 지원할 부분을 찾아 도움으로써 당사자들의 공동체 재통합뿐 아니라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 


청소년 사이버폭력 해결을 위한 회복적 사법 모델 도입의 목표는 사이버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와 상처, 그리고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대상별로 가해자는 ‘반성과 사과 및 원인치료’가 필요하고, 피해자는 ‘용서와 치유 및 피해회복’이 필요하다. 이들을 둘러싼 다른 이해관계인들은 ‘평화로운 공동체문화’ 속에서 생활하기를 원한다. 지역사회는 ‘안전한 환경조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러한 대상별 목표를 통해 ‘갈등해결과 관계회복’이라는 회복적 정의 모델의 궁극적인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글은 [RJ 저널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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