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을 위한 회복적 학생생활교육 l 백정연 동진여자중학교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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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을 위한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책소개)

"어떻게 학생들에게 책임감과 상호 존중을 가르칠 수 있을까?"

백정연 / 경남 진해, 동진여자중학교



 *본 글은 RJ 저널 2021년호에 실렸습니다.


 

 누군가로부터 “학교는 언제 여유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의 답은 “학교는 늘 바쁘지요(웃음)”이다. 코로나 시대 2년차, 학교는 여전히 분주하고 여유가 없다. 결정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고 그 결정의 과정은 사뭇 무거우며 오가는 말속에 따가움도 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마음속 깊이 차오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학교와 아이들을 걱정하는 연민의 마음을 가진 것은 똑같다. 각자가 가진 본심을 존중과 경청이 둘러싸인 공간에서 안전하게 드러내는 순간을 그려 본다. 또다시 조그마한 이 책을 펴든 지금 회복적 정의가 만병통치약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몸담은 학교에 따사로운 여유와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회복적 정의의 물결로 젖어드는 학교를 상상해 본다.


 책의 저자 소개글을 보면 로레인 수투츠만 암스투츠는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이나 조정 같은 회복적 정의 훈련 프로그램의 진행 및 자문 역할을 왕성하게 하는 분이고, 공동 저자인 쥬디 H. 뮬렛은 이스턴 메노나이트 대학에서 심리학과 교육학, 평화 만들기, 회복적 생활교육 등을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KOPI의 2018년 해외연수 일정을 보면 이스턴 메노나이트 대학을 방문하고 로레인 수투츠만 암스투츠와의 워크숍도 진행한 바 있다. 지리적 거리와 언어의 장벽은 어마어마하지만 한발 앞서서 회복적 정의의 길을 밝혀 주시는 이러한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고 언젠가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보고 싶다.


 서론은 ‘교육에 비법이 있다면, 그것은 학생 존중에 있다’라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글로 시작한다. 존중이라는 짧고 강력한 메시지를 마음속에 소중히 받으며 어떻게 하면 서로 존중하는 학교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1장은 ‘왜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왜 응보적 학생생활지도인가’, 이렇게 질문을 바꿔서 나에게 던져 보았다. 20년이 넘게 교직에 몸담으면서 응보적 정의의 가치에 대해 한 번도 의심을 던져보지 않았다. 한 가지를 선택하라는 질문은 아니다. 하지만 ‘왜 이제는 회복적 정의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고 싶다면 매우 적절한 답을 주는 내용들이 간략하면서도 쉽게 풀이되어 있다. 1장의 핵심은 잘못된 행동이 발생했을 때 가장 최우선으로 적용하던 처벌을 조금 뒤로 미루고 회복적 정의의 과정을 가장 먼저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제3자에 의해 주도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던 책임감 수행의 과정을 당사자와 공동체가 함께 주도하고 협력하여 자발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명료하게 글 속에서 드러난다.

 

 “처벌과 마찬가지로,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은 학생들의 책임감을 적절히 고양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 이때의 책임감은 반성하는 마음과 손해를 바로잡는 의미에서 책임감을 말한다.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은 또한 관계자들의 협력과 공동체가 주도하는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키워준다.”(28쪽)

 

 2장의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의 가치와 원칙들’은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늘 곁에 두고 그렇게 하고 있는가를 점검할 수 있도록 매우 꼼꼼하고 상세하게 점검 질문이 제시되어 있다. 가능하다면 이 내용을 바탕으로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가 점검표」를 만들어서 현장의 실천가나 학교 교사들이 점검하면서 함께 나누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3장의 ‘회복적 교육 환경을 향하여’는 2020년부터 경남에서 회복적 모델학교라는 이름으로 시도되고 있고 앞으로 우리의 지향점이기도 한 회복적 학교에서 반드시 조성되어야 할 7가지의 특성이 평화학교라는 이름으로 제시되어 있다. 특히, 건강한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춘 예방적 측면과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 때 회복적 접근을 시도해야 하는 측면들 모두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교직원을 임용할 때 존중, 배려, 감수성 같은 품성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는지, 학교에서 교사들 같은 어른들 사이에서도 관계 형성에서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이 반영된 정책과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한 교사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연수에 회복적 정의 실천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58쪽)

 

 과연 교직원 임용에서 어떻게 하면 존중, 배려, 감수성 등의 품성들을 알아내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교육공동체의 구성원이 함께 고민해 볼 지점이라는 것에 깊이 동의가 된다.

 

 4장의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의 모델과 적용’에서는 미국 내 여러 학교의 사례와 학급회의, 서클모임의 원칙과 다양한 활용 사례, 실제 사례를 이용한 조정의 과정 등이 제시되어 있어서 어린 시절 과자로 가득 찬 종합선물세트를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물론 속한 학교의 환경과 구성원들에 따라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한계도 있을 것이다. 특히, 회복적 생활교육을 어떻게 시도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전체적인 맥락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꼭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 5장의 ‘다음 단계를 위한 아이디어’에서는 이 문장이 쑥 들어왔다. “현재 하고 있는 자리에서 시작하라. 그리고 거기서 더해 나가라.”(114쪽)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아들러의 ‘지금, 여기’를 떠올리는 문장이기도 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지금, 여기에서 함께 나아가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게 된다.

 

 여러 종류의 회복적 생활교육 책들이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장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작고 얇다. 하지만 얕잡아보면 안 된다. 회복적 정의의 가치와 철학, 원칙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와 실천 원리들이 오밀조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것이 서론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모든 것에 딱 맞고, 우리 학교가 당면한 생활교육 문제를 100%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일단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함께 주변의 동료 교사들과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키를 잡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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