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정의 서클 활동으로 행복한 가족 l 배치섭 나눔과섬김교회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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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정의 서클 활동으로 행복한 가족

배치섭 / 나눔과섬김교회



 *본 글은 RJ 저널 2021년호에 실렸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은 같은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에 금이 가버리면 불편한 관계, 원수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간의 인정과 이해, 사랑과 책임이 다른 공동체보다 더욱 필요합니다. 가족에 대한 네 가지 오해와 가족의 행복을 위한 네 가지 처방이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가족은 노력을 안 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가족이니까 다른 인간관계처럼 잘 보이려고 할 것도 없고, 굳이 가면 쓰고 대할 것도 없이 그저 편하게 있는 그대로 대하면 된다고 여기는 것인데, 이는 물론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족이란 서로 다른 성별, 서로 다른 나이의 구성원들이 모여 서로 다른 욕구를 표현하는 최초의 집단입니다. 따라서 각자가 그 구성원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어려워지는 관계이기도 한 것입니다.

 

 두 번째 오해는 ‘가족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다 표현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오해입니다. 우리가 집에 돌아가면 몸에 걸친 옷만 벗는 게 아니라 마음의 옷까지도 벗어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정이 여과 없이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거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여과 없이 쏘아대는 화살에 맨몸을 드러내고 있으니 더 크게 상처받고 더 많이 피를 흘리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가정도 하나의 작은 사회입니다. 그렇기에 가정생활에서도 최소한의 얇은 옷은 필요합니다.

 

 세 번째 오해는 ‘가족관계는 단순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가족관계는 마치 거미줄과 같이 복잡한 관계입니다. 예를 들면, 부부와 딸 한 명으로 이루어진 가족에서 파생되는 인간관계는 네 가지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동생 한 명만 더 생겨도 인간관계는 네 가지에서 무려 열한 가지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니 시댁, 친정 식구 등을 합하면 마치 거미줄과 같이 얽히고설키게 되니 얼마나 복잡한 관계입니까? 신뢰로운 관계 맺기를 하려면 심사숙고하는 지혜와 균형과 조화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네 번째 오해는 ‘가족이란 나의 모든 기대치를 다 걸어도 되는 관계’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사실은 이것이 가장 치명적인 오해입니다. 기대치가 큰 만큼 실망과 피해의식, 분노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거는 기대치는 어느 정도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거는 기대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 노릇, 며느리 노릇, 엄마 노릇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인 일도 잘 해내기를 기대합니다. 아내 입장에서 남편에게 거는 지나친 기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족이란 기본적으로 시행착오가 많은 집단입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 미성숙한 상태에서 준비가 부족한 가운데 부부가 되고 부모 자식 사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오해, 갈등, 그리고 상처를 줄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가지 처방이 있습니다. 첫째,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기. 가족들이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가졌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품, 능력,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사랑하는 것입니다. 둘째, 경계 넘지 않기. 가족들 사이에서도 선을 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사이라도 서로 해선 안 되는 행동,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음을 인식하고 예의를 지키며 서로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독립과 이별 인정하기. 가족들이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벗어나 독립을 추구하고 또 그것을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네 번째, 느슨하게 간섭하기. 이것은 서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결정하도록, 가족들이 그런 결정을 서로 격려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이 네 가지를 깨닫고 함께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구성원 간에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시어머니와 며느리, 동서지간의 갈등, 형제지간의 갈등, 이런 갈등들은 명절이나 제사(추도식)에 모이면 더 심해지기 마련입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서운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그러다가 다툼이 일어납니다. 서로 간에 쌓였던 갈등들이 터지기도 합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부부 싸움으로 번져 이혼까지 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모일 때 서로의 오해나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벌어진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서클, 관계회복서클, 문제해결서클, 비폭력대화서클 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가족관계에서 이런 서클을 진행할 때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반드시 규칙을 정해놓고 해야 합니다. 토킹스틱을 가진 사람만 이야기하기, 토킹스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야기할 때 끼어들지 않기, 진행자가 질문한 것에 대한 이야기만 하기,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기,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경청하며 반응해 주기 등입니다.

 

 진행자는 서클을 진행하는 이유와 목적을 간단히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서클의 정신과 토킹스틱, 센터피스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줍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진행하는 것입니다. 돌아가신 조부모나 부모님 사진, 가훈 등을 센터피스로 삼고 원형으로 앉아서 숟가락을 토킹스틱으로 하는 것입니다. 먼저 여는 질문은 가벼운 질문부터 합니다. “가족 구성원들에게 내가 주고 싶은 선물이나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한 가지씩 이야기해 보세요. 가족들에게 고마웠던 이야기를 한 마디씩 이야기해 보세요. 가족 구성원들이 언제 존중의 느낌을 받았는지 이야기해 보세요. 가족 구성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을 한 가지씩 이야기해 보세요. 우리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를 이야기해 보세요. 단 다른 사람이 이야기한 것은 제외하고 이야기해 주세요. ... 서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서클 활동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한 마디씩 말해 주세요.”

 

 가족 구성원이 이렇게 이야기한 것 중에 존중에 대한 부분과 화목하기 위해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과 서로에게 부탁한 것들을 실천한다면 더욱 화목한 가족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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