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정의에 대한 질문들 l 주제글2 l 사법
내가 만난 회복적 정의에 대한 질문
박기영 인재개발원
*과거 소년범 수사, 청소년경찰학교 담당, 학교전담경찰관 등 10년간 청소년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지역경찰과 학교전담경찰관에게 관련법률 해설과 업무 노하우 등을 교육하고 있다.
2024년 3월 1일, 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이 법률의 제정 이후 벌써 30번째개정이다. 개정의 이유는 피해학생을 두텁게 보호하고 학교폭력에 엄정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눈에 띄는 내용은 학교장이 학교폭력 사안을 인지한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지체 없이 분리하는 것이 의무가 되었으며,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할 전담조사관 제도가 생겼고, 법원은 정해진 행정소송 재판기간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 또한 관련법률 및 제도의 변경으로 학교생활기록부의 학교폭력 가해학생조치 보존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제6호 출석정지 이상)되었고, 2026년부터 대학입시,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학교생활기록부 가해학생조치를 반영한다.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은 수많은 피해학생과 희생교사의 억울한 사연이 뒤엉겨 있는 피와 눈물의 역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법과 제도는 피해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람을 반영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혹은 졸업 시까지 가해학생과 분리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피해에 대한 가해자의 사과를 받을 기회조차 사라진다. 심의위원회에 출석해서 심의위원이 물어보는 질문에만 대답한다. 그 대답만이 결과에 반영된다. 심의위원이 “참고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법정같은 심의위원회 분위기로 인해 할 말이 없다고 대답하거나 그중 일부는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만 이것은 반영되지 않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법률에 정해진 가해학생 조치는 9가지이고 피해학생 보호조치는 5가지뿐이다. 이 중에서 결정이 내려진다. 피해학생은 이거 말고 다른 조치를 희망하며 그것이 교육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라고 할지라도 법률상 불가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조치결정이 심의위원회의 몫이라는 것이다. 가해학생 조치 1호는 서면사과인데 어떤 서면사과를 받아 본 피해학생은 분노를 금치 못한다. 왜냐하면 서면사과의 내용이 2줄 이하이거나 “미안해!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너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서면사과 조치는 그 내용과 분량은 상관없이 작성해서 제출하면 이행을 한 것이다. 법과 제도는 이런 부정적인 디테일까지는 예상하지도 못했고 대응할 수도 없다.
회복적 경찰활동과 사랑의 교실은 전반적인 학교폭력 사안 처리절차의 부작용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대안이다. 회복적 경찰활동은 가해학생의 반성적 성찰에서 비롯된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피해학생의 요구가 피력되고 용서와 합의가 이루어지는 회복적이고 교육적인 장이다. 사랑의 교실은 가해학생들과 부모가 3일 10시간의 회복적 프로그램을 통해, 가해학생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책임의 무게를 깨닫고 보호자는 자녀에 대한 더 깊은 사랑과 보호자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얻게 된다. 하지만 최근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은 시험대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회복적 경찰활동은 학교폭력 사안발생 시 학교장의 접촉금지가 의무가 되었기 때문에 가·피해학생을 한자리에 불러 대화모임을 하는 것 자체가 경찰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어렵게 대화모임이 성사되었다 하더라도 대화모임 도중에 일어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피해학생에게 2차 피해를 야기했다면 사람들은 결국 학교장이 피해학생의 보호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한 것을 경찰이 권력을 남용해서 2차 피해를 조장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한번은 심의위원회에서 가해학생의 아버지가 난동을 부려 회의가 중단되고 위원들이 피신 직전의 상황까지 간적이 있다. 이런 경우가 회복적 경찰활동 중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현재는 회복적 경찰활동의 안전책임도, 2차 피해의 비난도 모두 경찰관의 몫이다. 향후 회복적경찰활동에 참석한 대상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며 최선을 다한 경찰관을 보호할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회복적 경찰활동은 다른 업무보다 더 적극적인 경찰관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우선 회복적정의협회에 사안을 의뢰하기 위해 가해학생 측과 피해학생 측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 각자 실리를 추구하는 현실에서 가해학생 측이 대화모임에 참석해 얻는 이익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고, 마음의 문이 이미 닫혀버린 피해자 측에 회복의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다. 대화모임이 잘 풀리지 않아 고성이 오가고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견뎌낼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이러한 유연성은 다양한 사안의 경험과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생긴다. 진행자와 마찬가지로 경찰관 역시 피해자가 상처로부터 회복되는 모습을 직접 경험하면서 용기를 얻고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탄력을 받는다. 다른 보상과 유인책이 없는 현실 앞에서 경찰관 개인에게 이런 인내의 과정을 요구하기에는 이미 시대의 변화가 너무 무상하다.
사랑의 교실을 살펴보자. 물론 사랑의 교실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단체들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부 단체에서 진행하는 사랑의 교실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시설과 인력도 없고 프로그램 역시 완성도가 없음에도 선정된 이후 계약된 1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심지어는 선도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선도프로그램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슬픈 현실은 매년 초가 되면 이런 단체조차 찾을 수 없어 학교전담경찰관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기존의 비용을 받고는 수일간 사고발생의 위험이 수반된 선도프로그램을 진행할 단체가 없는 것이다. 이 역시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 번이라도 회복적정의협회에서 진행하는 사랑의 교실을 서클 속에서 같이 경험해 보았다면 누구든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왜 경찰서에서는 의뢰가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랑의 교실을 운영하는 단체는 부모의 참여를 요구하지 않는다. 경찰관은 직장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는 부모를 설득할 필요가 없다. 청소년의 비행을 바로잡는 데 가장 필요한 사람은 부모를 포함한 보호자이다. 소년법원에서는 청소년의 재범 우려를 판단하는 데 소년이 저지른 비행의 심각성보다 보호자의 보호력이 있고 없음을 더 큰 요인으로 본다. 보호자의 역할이 이만큼 중요하고 보호자와 청소년이 함께 참여하는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이 존재함에도 선택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회복적정의협회는 쉽고 빠르고 편리한 사랑의 교실을 채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는 양(量)의 가치를 뛰어넘어 회복적정의협회가 추구하는 사랑의 교실의 가치가 받아들여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사랑의 교실에서 책임을 받아들여야 할 가해자 측이 어렵고 힘들고 불편한 참석을 받아들이는 것이 반성적 성찰에 다가가는 길이고 회복적 정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교실과 관련된 난제는 또있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냐는 제안에 어렵지 않게 동의해 주고 부모의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 청소년들이 주요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정말 사랑의 교실에 참석해야 하고 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할 가정은 사랑의 교실 참여에 대한 동의와 거리가 멀다. 경찰관으로서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면서 만난 질문들은 이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고 당장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 부분은 경찰과 협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에서 본 것처럼 법과 제도는 점점 응보에 가까워지고 있다. 학교현장에서 회복적 정의의 가치는 법과 제도에 묻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경찰의 회복적 경찰활동과 사랑의 교실은 모양새만 갖추거나 양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상처, 혐오, 낙인 그리고 갈등으로 점철된 학교현장은 회복적 정의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지쳤을 때 청소년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한다. 학교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상처가 회복될 수 있다는 이상이 현실적으로 증명되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회복적 정의에 대한 질문들 l 주제글2 l 사법
내가 만난 회복적 정의에 대한 질문
박기영 인재개발원
*과거 소년범 수사, 청소년경찰학교 담당, 학교전담경찰관 등 10년간 청소년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지역경찰과 학교전담경찰관에게 관련법률 해설과 업무 노하우 등을 교육하고 있다.
2024년 3월 1일, 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이 법률의 제정 이후 벌써 30번째개정이다. 개정의 이유는 피해학생을 두텁게 보호하고 학교폭력에 엄정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눈에 띄는 내용은 학교장이 학교폭력 사안을 인지한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지체 없이 분리하는 것이 의무가 되었으며,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할 전담조사관 제도가 생겼고, 법원은 정해진 행정소송 재판기간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 또한 관련법률 및 제도의 변경으로 학교생활기록부의 학교폭력 가해학생조치 보존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제6호 출석정지 이상)되었고, 2026년부터 대학입시,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학교생활기록부 가해학생조치를 반영한다.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은 수많은 피해학생과 희생교사의 억울한 사연이 뒤엉겨 있는 피와 눈물의 역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법과 제도는 피해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람을 반영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혹은 졸업 시까지 가해학생과 분리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피해에 대한 가해자의 사과를 받을 기회조차 사라진다. 심의위원회에 출석해서 심의위원이 물어보는 질문에만 대답한다. 그 대답만이 결과에 반영된다. 심의위원이 “참고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법정같은 심의위원회 분위기로 인해 할 말이 없다고 대답하거나 그중 일부는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만 이것은 반영되지 않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법률에 정해진 가해학생 조치는 9가지이고 피해학생 보호조치는 5가지뿐이다. 이 중에서 결정이 내려진다. 피해학생은 이거 말고 다른 조치를 희망하며 그것이 교육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라고 할지라도 법률상 불가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조치결정이 심의위원회의 몫이라는 것이다. 가해학생 조치 1호는 서면사과인데 어떤 서면사과를 받아 본 피해학생은 분노를 금치 못한다. 왜냐하면 서면사과의 내용이 2줄 이하이거나 “미안해!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너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서면사과 조치는 그 내용과 분량은 상관없이 작성해서 제출하면 이행을 한 것이다. 법과 제도는 이런 부정적인 디테일까지는 예상하지도 못했고 대응할 수도 없다.
회복적 경찰활동과 사랑의 교실은 전반적인 학교폭력 사안 처리절차의 부작용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대안이다. 회복적 경찰활동은 가해학생의 반성적 성찰에서 비롯된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피해학생의 요구가 피력되고 용서와 합의가 이루어지는 회복적이고 교육적인 장이다. 사랑의 교실은 가해학생들과 부모가 3일 10시간의 회복적 프로그램을 통해, 가해학생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책임의 무게를 깨닫고 보호자는 자녀에 대한 더 깊은 사랑과 보호자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얻게 된다. 하지만 최근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은 시험대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회복적 경찰활동은 학교폭력 사안발생 시 학교장의 접촉금지가 의무가 되었기 때문에 가·피해학생을 한자리에 불러 대화모임을 하는 것 자체가 경찰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어렵게 대화모임이 성사되었다 하더라도 대화모임 도중에 일어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피해학생에게 2차 피해를 야기했다면 사람들은 결국 학교장이 피해학생의 보호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한 것을 경찰이 권력을 남용해서 2차 피해를 조장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한번은 심의위원회에서 가해학생의 아버지가 난동을 부려 회의가 중단되고 위원들이 피신 직전의 상황까지 간적이 있다. 이런 경우가 회복적 경찰활동 중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현재는 회복적 경찰활동의 안전책임도, 2차 피해의 비난도 모두 경찰관의 몫이다. 향후 회복적경찰활동에 참석한 대상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며 최선을 다한 경찰관을 보호할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회복적 경찰활동은 다른 업무보다 더 적극적인 경찰관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우선 회복적정의협회에 사안을 의뢰하기 위해 가해학생 측과 피해학생 측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 각자 실리를 추구하는 현실에서 가해학생 측이 대화모임에 참석해 얻는 이익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고, 마음의 문이 이미 닫혀버린 피해자 측에 회복의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다. 대화모임이 잘 풀리지 않아 고성이 오가고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견뎌낼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이러한 유연성은 다양한 사안의 경험과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생긴다. 진행자와 마찬가지로 경찰관 역시 피해자가 상처로부터 회복되는 모습을 직접 경험하면서 용기를 얻고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탄력을 받는다. 다른 보상과 유인책이 없는 현실 앞에서 경찰관 개인에게 이런 인내의 과정을 요구하기에는 이미 시대의 변화가 너무 무상하다.
사랑의 교실을 살펴보자. 물론 사랑의 교실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단체들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부 단체에서 진행하는 사랑의 교실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시설과 인력도 없고 프로그램 역시 완성도가 없음에도 선정된 이후 계약된 1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심지어는 선도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선도프로그램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슬픈 현실은 매년 초가 되면 이런 단체조차 찾을 수 없어 학교전담경찰관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기존의 비용을 받고는 수일간 사고발생의 위험이 수반된 선도프로그램을 진행할 단체가 없는 것이다. 이 역시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 번이라도 회복적정의협회에서 진행하는 사랑의 교실을 서클 속에서 같이 경험해 보았다면 누구든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왜 경찰서에서는 의뢰가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랑의 교실을 운영하는 단체는 부모의 참여를 요구하지 않는다. 경찰관은 직장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는 부모를 설득할 필요가 없다. 청소년의 비행을 바로잡는 데 가장 필요한 사람은 부모를 포함한 보호자이다. 소년법원에서는 청소년의 재범 우려를 판단하는 데 소년이 저지른 비행의 심각성보다 보호자의 보호력이 있고 없음을 더 큰 요인으로 본다. 보호자의 역할이 이만큼 중요하고 보호자와 청소년이 함께 참여하는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이 존재함에도 선택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회복적정의협회는 쉽고 빠르고 편리한 사랑의 교실을 채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는 양(量)의 가치를 뛰어넘어 회복적정의협회가 추구하는 사랑의 교실의 가치가 받아들여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사랑의 교실에서 책임을 받아들여야 할 가해자 측이 어렵고 힘들고 불편한 참석을 받아들이는 것이 반성적 성찰에 다가가는 길이고 회복적 정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교실과 관련된 난제는 또있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냐는 제안에 어렵지 않게 동의해 주고 부모의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 청소년들이 주요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정말 사랑의 교실에 참석해야 하고 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할 가정은 사랑의 교실 참여에 대한 동의와 거리가 멀다. 경찰관으로서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면서 만난 질문들은 이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고 당장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 부분은 경찰과 협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에서 본 것처럼 법과 제도는 점점 응보에 가까워지고 있다. 학교현장에서 회복적 정의의 가치는 법과 제도에 묻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경찰의 회복적 경찰활동과 사랑의 교실은 모양새만 갖추거나 양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상처, 혐오, 낙인 그리고 갈등으로 점철된 학교현장은 회복적 정의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지쳤을 때 청소년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한다. 학교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상처가 회복될 수 있다는 이상이 현실적으로 증명되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