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만난 회복적 정의 l 신기영 삼성서울병원 교육인재개발실 임상교육팀장

20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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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정의에 대한 질문들  l  주제글4  l  공동체


병원에서 만난 회복적 정의

신기영 삼성서울병원 교육인재개발실 임상교육팀장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이 공동체에서 역지사지하는 삶의 가치로 뿌리내리기를 바라보는 1인입니다.




병원, 회복적 정의를 만나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메르스 상황을 거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감염 전파의 위험성, 접촉자 격리 등의 상황으로 많은 직원이 병원 내 소통의 부재, 단절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런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직원들이 바라는 바를 확인한 결과 건강한 소통문화, 갈등의 긍정적 해결방법, 유연한 조직문화 형성 등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도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위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런 와중에 지인을 통해 KOPI를 소개받게 되었고 회복적 정의 기반 패러다임을 알게 되면서 병원에 적용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병원뿐만 아니라 외부 조직영역에서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 교육을 도입한 사례가 없어 용어에 대해 많이들 낯설어 했다. 그런 이유로 많은 난관에 직면하였지만 조직 내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응보적 관점에서의 징벌적 해결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고, 또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역지사지하는 대화 방식이 병원이 한 발짝 나아가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꾸준히 내부 설득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리더십에서의 후원과 지지로 2016년부터 회복적 정의 교육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은 KOPI에서 회복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 제시한 관계 형성, 관계 개선, 관계 회복의 3단계를 기본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관계 형성 단계의 프로그램은 ‘인턴-간호사 역지사지 워크숍’, ‘신뢰서클 소통교육’, ‘신뢰서클 Provider 과정’, ‘신임보직자 소통·협업 과정’ 등 다양한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관계 개선 단계의 프로그램으로 ‘회복적 갈등관리 심화과정’ 교육과 ‘회복적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관계 회복 단계의 프로그램으로 ‘힐링 프로그램’,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관계형성 단계의 프로그램 수와 운영 차수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이는 가장 기본 단계에서 많은 직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하여 건강한 관계 형성 기반 문화를 확산하고 궁극적으로 병원의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중 특별한 프로그램을 꼽자면, 관계 개선 단계 프로그램 중 ‘회복적 소통프로그램’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회복적 소통 프로그램’은 KOPI에서 진행하는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과정’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에 통과한, 민간 자격이 있는 원내 직원으로 회복적 소통팀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직원간 진료적 갈등 상황이 있어 이를 신고하는 경우 바로 징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신고 접수 부서에서 검토 후 필요시 ‘회복적 소통 프로그램’으로 조정을 의뢰하는 절차로 이루어지고 있다. 의뢰를 받으면 주조정자, 부조정자 두 명의 조정위원을 배정하여 조정을 진행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신고자와 피신고자는 안전한 환경에서 직면하기 어려운 갈등 상황을 마주하여 자신의 입장과 상황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존중의 약속’을 통해 서로에게 바라는 회복을 이야기하며 조정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렇게 조정 절차를 거친 신고건은 원장단까지 보고가 되며 리더십에서 병원의 건강한 조직문화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회복적 정의가 뿌리내리기 위해 필요한 질문들

 

 이렇게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많은 난관과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회복적 정의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과 리더십의 인식전환이 필수적이지만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인식 제고 활동은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기존의 조직문화(권위적이고 위계질서가 있는 교수직, 보직자 등)가 익숙한 상황에서 상호존중과 참여기반의 갈등해결 방식으로 바꿔나가는 과정 중에 이해 당사자가 직면하고 대화하는 방식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면서 생기는 반발과 저항에서 오는 어려움이 크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회복적 정의를 통한 갈등해결 과정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고, “좋게 좋게 끝내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처리방식에 대한 불안감, 불만족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갈등 해소와 신뢰 회복의 과정은 정량화가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런 한계에 부딪히면서 스스로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가 하고 있는 방향이 과연 옳은 것일까?”

“내가 조정위원으로서 잘하고 있는가? 중립을 잘 지키고 있는가? 내가 화해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회복적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당사자들은 회복을 하는가?”

“어디까지가 나의 역할인가?”

“원내 더 많은 직원들에게 기존의 해결 방식이었던 응보적 관점 갈등해결이 아닌 관계회복을 위한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 전환을 전파하고 싶은데 어떻게 접근 해야 할까?”

“회복적 소통팀 구성원의 본업이 있으니 관련 교육이나 조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병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복적 소통팀 구성원에게 보상이나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리더십에서 회복적 소통팀과 조정 프로그램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


한계와 질문들을 겪으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 리더십의 모델링: 리더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인식’ 전환 및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는 모습 보이기, 특정 갈등사례를 대상으로 한 실습을 통해 직원들이 새로운 갈등해결 방식을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직 전반에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에 기반한 회복적 소통이 문화적으로 스며들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실효성 있는 갈등해결 방안마련: 의료기관 특성에 맞게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여 신속처리 프로세스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둔다면 당사자들의 불안감을 덜고 효율적 관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 성과 측정지표 개발: 갈등해소 사례와 만족도 설문을 기반으로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운영 효과를 정성적 지표로 활용하거나 갈등 전·후의 정서적 변화, 관계회복 수준 등을 측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인식제고와 교육프로그램 강화 및 내부 전문가 육성을 통한 원내 충분한 자원 확보를 통해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에 기반한 소통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을 전파하는 길이 구불거리고 울퉁불퉁한 먼 길이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길이 더 평평하고 단단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진정한 회복적 병원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병원 직원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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