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년 l 김훈태 회복적정의연구소 연구원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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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년



김훈태 / 회복적정의연구소 연구원



 정확히 기억한다. 세월호 침몰 중. 탑승자 전원 구조. 2014년 4월 16일, 3교시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았다. 너무 놀라서 다음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304명 사망. 죽음의 과정을 나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지켜보았다.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국가는 부재했다. 언론은... 언론은 말할 수 없이 참담했다. 


 오랜 주말부부 생활을 끝내고 경기도에서 아내가 있는 충남에 내려온 첫해였다. 경제적인 이유로 잠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었다. 한 달 뒤면 딸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는데, 어린 학생들이 시신이 되어 겨우 겨우 잠수사들에 의해 뭍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 걸까?’ 이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 구호가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생경하다. 이 참사가 잊지 않겠다고 의지를 내야 할 일인가? 어떻게 잊을 수 있지? 하지만 누군가는 잊고 싶어 했다. 빨리 잊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며 소리 높이던 자들이 있었다. 아니, 여전히 있다. 참사가 아니라 사고, 구체적으로 교통사고일 뿐이라고 주장하던 자들을 나는 잊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 이후 국가에 의해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304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참사 이후 꼭두각시 같던 대통령이 탄핵되었지만 진상조사는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찰이 막았고 언론이 호도했다. 급기야 검찰에서 대통령이 배출됐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 되었다며 흥분했는데, 다시 눈 떠보니 후진국-독재국가가 되었다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 2024년 보고서, “한국,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전환 진행”). 


 나는 세월호와 삼풍백화점(1995년 붕괴)이 쌍둥이라고 본다. 부실공사(세월호는 규제완화로 일본에서 들여온 퇴역 여객선이었다), 불법증축, 그리고 붕괴조짐이 있자 책임 있는 자들만 몰래 빠져나간 것까지.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에는 현재 추모비가 없다. 지금 그곳에는 ‘아크로비스타’라는 거대 주상복합이 들어서 있다. 


 역사를 잊은 자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2년 전의 이태원 참사가 이토록 빨리 잊혀진 것은 역사를 지워야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권력자들이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와 유가족, 그리고 침몰 현장을 생생 하게 지켜봤던 국민들은 심장이 뜯겨나간 고통을 여전히 안고 살아간다. 우리가 바랐던 것은 진상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책임자들이 정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 그래야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을 떠나도 안전하게 살아 돌아올 수 있는 나라, 출근을 해도 안전하게 살아 돌아올 수 있는 나라를 우리는 원한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159명 사망)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14명 사망)가 반복되고 그 역시 제대로 된 진상조사 및 책임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안전한 대한민국은 요원한 일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사고사망자는 598명에 이른다. 


 사회적 참사는 불의한 사회구조에 의해 벌어진 일이기에, 참사에서 회복되는 가장 중요한 길은 사회구조를 정의롭게 바꾸는 일이다. 상담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생존자나 유가족의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냄으로써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이로써 상처를 이겨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연대해야 하고, 용기를 내어 낡은 지배질서에 저항해야 한다. 


 우리 헌법에서는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지만, 한국사회는 이미 계급화되어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직업이 아닌 신분으로 여긴다. 이것을 직시해야만 엉망진창인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해할 수 있다. 기득권자들은 변화를 용납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질서는 영원할 수 없다. 인간 위에 인간이 있을 수 없고 인간 아래 인간이 있을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똑같이 존엄하다. 누구나 똑같이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특수계급만의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


 2014년 5월에 태어난 아이가 올해 우리 나이로 11살이 되었다. 또 10년이 지나면 성인이 된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단순히 추모의 의미가 아니다. 끝내 진실을 밝혀내고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약속이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은 사과뿐 아니라 재발 방지에 의해 이루어진다. 세월호 참사 같은 사회적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려면 모든 사람의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것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위한 우리의 속죄 행위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모두의 희망을 모은 정치적 힘이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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