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와 회복적 정의 l 김재희 성결대학교 교수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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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와 회복적 정의

김재희 l 성결대학교 교수



키워드 : 다문화, 다문화 사회, 민족주의, 우리, 갈등전환, 회복적정의


한국사회는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어서 이를 위한 회복적 정의의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반문이 돌아온다. 갈등을 관리하는 패러다임으로 회복적 정의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다문화 사회에서 ‘갈등’이 문제될 때에나 필요한 대응전략이 아닌가?” 또는 “커다란 다문화 사회에 대한 문제에 회복적 정의의 전략은 일부 지엽적인 문제대응 방식이 아닌가?”라고 하는 질문이 던져질 것이다. 사실 이것은 다문화 사회에 대한 회복적 정의의 대응과 회복적 평화공동체의 구축을 연구하면서 만난 스스로에 대한 첫 질문이기도 했다.


통계청(KOSIS)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총 인구수는 51,672,569명이며, 등록외국인은 2022년 1,189,585명(약3.4%)에 달한다고 한다.(등록외국인 통계집계상 가장 최근 통계인 2022년을 기준으로 하였음) 이것은 통계청에 집계되는 등록외국인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미등록 외국인을 포함한다면 그 인구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파른 인구감소로 노동력과 결혼을 위한 이민정책 외에도 역사적 배경으로 해외 동포와 탈북민의 유입 및 정착 등 다양한 원인으로 우리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통상 외국인 주민의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것으로 본다. 다문화 사회란 “언어, 종교, 관습, 가치관, 국적, 인종, 민족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민자 등이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이루어진 사회”라고 정의할 수 있다. (김중혁·황기식·송문석 2019)


그런데 작년 10월 교육부는 ‘다문화’라는 명칭 대신 ‘이주배경’으로, ‘다문화 학생’은 ‘이주배경 학생’으로 용어를 변경하여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교육부 보도자료 2023. 9. 25) 다문화 사회란 용어 자체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다만 해당 보도자료에서는 다문화를 소외계층, 취약계층으로 보는 우리의 편견이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단일문화권이라는 용어에 대비하여 부정적 시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지적하여 용어사용을 변경한 것이라 설명한다. 이것은 이미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낙인을 찍고 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특징 중 하나는 ‘강한 민족주의’, ‘우리’라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지리적 특성상 외세의 침입, 특히 일제강점기의 외세침략에 대항하며 나타난 반일감정처럼 배타적·저항적 성향으로, IMF 등의 국가위기상황에서는 희생과 헌신으로 나타났으며, 세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른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긍지를 심어주어 역동적 단결의 모습으로 표출된다. (김중혁·황기식·송문석 2019) 그러나 이러한 민족주의와 우리라는 강한 의식은 다문화 사회에서 한국의 지배문화로 동화되는 것을 장려하는 ‘배타적 동화주의’의 형태로 나타나 다문화 사회의 사회적 통합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한 사회에서 외국인의 정착을 받아들이는 정책의 유형은 크게 차별배제모형(differential exclusionary model), 동화모형(assimilationist model), 다문화모형(multicultural model)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사회적 통합을 지향하는 다문화모형을 다시 문화의 다원성·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주류사회의 존재를 전제로 주류사회와 문화를 인정하고 문화적 다원성을 수용하는 문화다원주의(cultural pluralism)와 주류사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가 평등하게 인정될 것을 강조하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로 나눌 수 있다. (김미나 2009)


한국이 단일민족,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역사적 배경을 간과할 수 없다. 배타적 민족주의는 생존과 통일을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가지나, 한편으로는 다양한 존재가 섞여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갈등촉발의 요인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나아가 소통의 어려움과 다름으로 겪는 불편함을 다수라는 힘의 원리로 소수가 다 수에 맞추도록 강요하는 것은 다수자가 인식하지 못한 채 구조적 폭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외국인은 아니지만 문화적 차이와 소통의 어려움을 가진, 민족주의 입장에서 보면 탈북자, 한국계 중국인(일명 조선족), 한국계 러시아인(고려인) 등은 이주민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범위 안에 포섭할 것인지의 문제는 정체성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간단하지 않다. 


또한 다문화 인구에 대한 정책을 단순히 복지적 지원만으로 접근한다면 증가하는 다문화 관련 문제와 갈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이는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등 국가적 필요가 증가하면 이주민에 대한 복지적 지원정책도 증가하고, 경제적 위기나 필요가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지원도 감소하는 해외의 사례가 시사하듯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갈등을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소수자에 대한 다수의 힘의 원리에 의한 구조적 폭력을 심화시키게 될 수 있다. 문제는 구조적 폭력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대단한 빌런만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 폭력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상대에 대한 나의 배려가 때론 모욕이 될 수도 있다. 


이주배경 사회로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실상 이에 대한 우리의 준비는 부족하다. 이미 교과과정에선 우리를 세계시민이라 부르고 다름에 대한 포용과 상호존중을 가르치고 있으나 구체적인 상황에서 적용할 방법은 안내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이주배경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교실에서조차 교육활동을 위한 지원과 지침은 조악한 수준이다.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폭력, 편견과 무지에 대한 깨달음의 감수성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또, 이들을 일방적 지원과 복지의 대상이 아닌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이들을 존중하고 공동체에 주체로 참여시키는 것(empowerment)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들의 존재로 인한 다양성이 때론 갈등으로 두드러질 수 있지만, 사실 공동체에는 갈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다른 문화와 종교, 언어를 사용하는 다문화적 배경이 갈등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서 갈등의 사례가 증가할 수 밖에 없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갈등이 발생하면 갈등을 일으킨 주체를 공동체에서 배제시키거나 무력화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배제와 추출 방법은 공동체를 약화시키는 요인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회복적 정의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조급함에 지난 2월부터 이주민을 다문화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상황에서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용하는 방안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준비의 한 과정으로 성결대학교 다문화 평화연구소는 (사)한국회복적정의협회(KARJ)와 협약을 맺고 성결대학교 인근 이주민 중 한국어와 모국어가 능통하고 양국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소수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였다. 





문화적, 권력적 차이가 나는 당사자 간의 갈등관리 절차에서, 「UN 형사사법의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 사용을 위한 기본원칙」 제9조도 “당사자 간의 문화적 차이뿐만 아니라 권력 불균형으로 이어지는 불균형은 회복적 절차에 사건의 회부 및 시행 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같은 맥락에서 밝히고 있다. 아직 시험단계로 부족하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으나 동연구소의 작은 시도가 다문화 사회의 갈등에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는 방법의 하나로 활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초기단계에선 회복적 경찰활동의 통역 및 보조대화진행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인근 경찰서와 협의하여 안양만안경찰서와 안산상록경찰서와도 MOU를 체결하여 사건 발굴과 효과성 검증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의 단계라 많은 어려움과 장애물이 다수 존재하고 있으나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모든 협약 기관들이 인지하고 동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가 다문화에 대하여 가지는 시각은 상호존중과 수용보다 여전히 동화모형에 두고 있거나 지원과 복지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 다양한 교류를 통해 상호존중과 수용의 기회를 확장하고 다문화적 감수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공동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평화감수성 훈련과 갈등관리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이들을 공동체의 주체로써 지위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서동욱 2023) 그러므로 갈등문제에 회복적 정의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실행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 걸음 나아가 현재 사법기관과 기관의 리더들이 이러한 가치와 실천의 필요성에 공감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이론적, 학문적 연구의 깊이를 더하고 생각을 정리하여 발표하고자 공부하고 있다. 각 회복적 정의 실천 단체도 시민교육과 공론의 장에 이러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공동체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산학과 협력하여 구체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호의존적 존재이다. 우리의 삶을 물이 차오르는 구멍 난 배에 함께 타고 있어 함께 물을 떠내야 하는 상황에 빗댄다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서로의 존재는 귀하고 존엄하다. 높은 인격을 갖춘 사람만 이 인권을, 서로의 존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문제가 생겼을 때 비난과 처벌보다 ‘관계성 향상’을 통한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배에 구멍을 낸 사람이 있다면 원인과 책임을 묻는 것도 간과되어선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먼저 관계에 손상이 생겼을 때 ‘함께’ 관계성을 회복하는 것이 함께 살아남는 방법임을 인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계를 훼손한 사람을 다시 받아들이고 함께 회복의 과정을 밟는 것은 물론 어렵고 고달프다. 회복적 정의가 우리 모두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가치관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모델이 존재하고 평화감수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즉 회복적 정의를 기반으로 한 다문화 정책은 갈등의 문제가 생길 때 국한된 지엽적인 전략으로 꺼낼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이미 그 사회 안에 존재하는 갈등을 문제를 일으킨 대상에 국한해서 보지 않고 공동체 안에 이미 존재하는 요인으로 우리 모두의 것임을 인식하는 것, 갈등의 요인을 촉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구조적 폭력을 인식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함께 회복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 삶 속에 공동체성이 전제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갈등은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러운 것이고 변화의 동력”이라고 설명하면서 갈등전환을 주장한 존 폴 레더락은, 갈등상황에서 갈등전환은 ‘바라보는 것’뿐만 아니라 ‘이해하기’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갈등전환적 관점은 사회 갈등을 바라보고 이에 반응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작업이다.(존 폴 레더 락/박지호 2014)


그러므로 평화로운 공동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욕구로 인해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그 갈등을 지혜롭게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평소 평화감수성 교육으로 폭력의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고, 폭력적인 해결이 아닌, 함께 머리를 모아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고 또 함께 그 방법을 수행하도록 돕는 경험에서 공동체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문화와 언어는 다양한 색깔이 되어 알록달록 공동체를 채우는 강점이 될 것이다. 이때 회복적 정의는 이념툴(framework)로써 더욱 강점을 발휘 하게 될 것이다. 



<참조> 

김미나(2009), “다문화 사회의 진행 단계와 정책의 관점: 주요국과 한국의 다문화정책 비교 연구”, 행정 논총, 제47권 4호. 

김중혁·황기식·송문석(2019), “한국의 단일민족주의와 다문화 수용방안”, 사회과학연구, 제35집 4호, 경 성대학교. 

서동욱(2023),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세우는 회복적 학교, 피스빌딩. 

이재영(2020), 회복적 정의 - 세상을 치유하다, 피스빌딩. 

이주배경학생 인재양성 지원방안: 2023년~2027년, 사회관계장관회의 ; 2023-8차, 교육부보도자료(2023. 9. 25), 국회전자도서관. (https://dl.nanet.go.kr/search/searchInnerDetail.do?controlNo=NONB12023000020767#none) 

존 폴 레더락 지음/박지호 옮김(2014), 갈등전환,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 대장간. 

통계청 홈페이지 https://kosis.kr/index/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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