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인터뷰 l 최선자 회복적학교연구회 회장, 초등학교 교사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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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소개합니다

최선자 회복적학교연구회 회장, 초등학교 교사



1. 나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최선자라고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는 29년차 교사입니다. 올해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어요.


2.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50가구가 채 안 되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어요.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는데, 아버지의 가부장적 권위가 지극히 자연스러웠던 대가족 집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자식들의 선택과 삶을 지지해 주시고 존중해 주셨던 부모님 덕분에 자라면서 가족 공동체의 돌봄과 사랑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1970-80년대의 시골 마을은 하나의 커다란 생활, 경제, 문화 공동체였어요. 힘든 농사일을 대부분 사람들이 직접 했기 때문에 품앗이나 두레 같은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었고, 아이들도 그 속에서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갔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건강한 공동체 안에서의 경험과 공동체적 감각(연대, 신뢰, 돌봄 등의)들이 지금 저의 삶을 이루는 바탕이 된 것 같아요. 


학교는 저의 소중한 일터입니다. 교사로서의 삶은 저를 성장하게 하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었어요. 아이들(사람)을 대하고 가르치는 일은 경력이 많다고 수월해지지 않았어요. 작년에 1학년을 하면서 또 한번 무참히 깨졌죠. 힘들지만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한발씩 성장해 나가는 것 같아요. 


요즘은 50대의 나이에 솔캠(솔로캠핑)을 시작했습니다. 캠핑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며 느끼는 적당한 피로감도 좋고 혼자 여행하는 즐거움도 새롭게 알아가고 있어요. 기타도 잘치고 싶고 목공도 배우고 싶고 햇볕에 그을리며 텃밭 농사일도 해보고 싶어요. 인생에서 즐거운 경험들을 많이 하다 웃으면서 죽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3. 회복적정의협회 회원이 된 계기는? 

2013년에 학교를 옮기면서 갑자기 학폭 업무를 맡게 되었어요.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학폭 책임교사 연수에서 회복적 정의를 처음 접하게 되었죠. ‘정의’라는 말이 와 닿았어요. 제가 교사로 살면서 경험한 학교는 온갖 부당함과 부정의함이 만연한 곳이었거든요.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배움의 길로 이끌어주고 올바름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곳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학교폭력’을 대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회복적 정의는 학폭 사안을 해결하는 데에 실제적인 도움이 많이 되었을 뿐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길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방학 때마다 연수를 듣고 학교연구회 정기모임에도 참여하면서 협회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특히, 국가폭력 희생자들에 대한 지원과 마을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4. 일상에서 회복적 정의를 실천했거나 앞으로 실천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회복적 정의를 공부하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도 달라졌구요. 회복적 관점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대하니 아이들의 삶이 좀 더 전체적으로 와 닿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적인 지원 방법을 학교 안에서만 찾지 않게 되었어요. 지역 자치센터, 상담 센터, 사회복지관 등 다른 기관과의 연계와 협업까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생활(학폭) 업무를 맡았을 때는 회복적 정의를 공부하면서 배웠던 것들을 하려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교실 안에 서는 평화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비폭력 대화 수업이나 서클을 하고 있어요. 갈등이 생겼을 때는 문제 해결 서클을 하기도 하고 대화 모임을 하죠. ‘존중’과 ‘평화’가 학급 운영에서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학생뿐 아니라 학교 공동체 구성원간 ‘갈등’과 ‘대화’에 관심이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상호 존중의 원칙을 잃지 않으면서 소통하는 ‘대화’의 기술과 역량을 기르고 싶어요. 그리고, 점점 응보적이고 사법화되어가는 학교와 사회에서 아이들 또한 갈등이나 다툼을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을 자주 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이나 놀이로 회복적 정의를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교실에서 실천하고 싶어요. 


5. RJ저널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평화로운 공동체를 지향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작년 서이초 사건에 대해 RJ 저널에서 다루어 주어서 큰 힘이 되었어요.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공론화하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 주었으니까요. 앞으로도 학생과 교사의 인권, 기후 정의, 다문화, 젠더, 돌봄 등 교육의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다루면 좋을 것 같아요. 


6. 협회에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2013년, 처음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받으러 갈 때는 ‘한국평화교육훈련원’을 검색해 찾아갔어요. 이후 10여년 동안 협회가 다양한 분야에서 회복적 정의의 가치를 확대해 나가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협회의 성장이 우리 사회에 평화의 가치가 뿌리내리고 있는 것으로 느껴져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앞으로도 협회가 더 많은 역할을 해내리라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협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소진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계속 해나가셨으면 좋겠어요. 


7.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50대가 되면서 인생 후반전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막연하게 해보고 싶은 일들은 있어요. 


아마 학교는 미련 없이 그만두었을 것 같아요. 매일 아침 느린 걸음으로 산책을 하고 여유롭게 원두를 갈아 맛있는 커피를 내려 마실 거예요. 왜 이렇게 늘지 않냐고 푸념하면서 일삼아 기타를 치고 한 달에 두세 번은 캠핑을 다닐 것 같아요. 가끔씩 가족들과 친구들, 이웃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차려 나눠 먹기도 하면서 일상을 잘 보내고 있을 것 같아요. 또, 일주일에 한두 번은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고 또 일주일에 한두 번은 학교 밖 청 소년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더 자주 생각해 봐야겠어요)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자신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네요. 글을 쓰면서 ’회복적 정의‘를 접하고 교사로서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상과 사람(어린이들)을 대하는 또 하나의 문을 열어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잘 해내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족 안 에서도 회복적인 관점을 갖고 서로 존중하는 공동체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학교 연구회를 함께 하는 선생님들과의 인연 또한 너무 소중합니다. 정기 모임을 같이 준비하는 운영진 선생님들과 학교 이야기를 하면서 힘을 얻을 때가 많아요. 요즘 김훈태 선생님이 이끌어 주시는 ’회복적 정의의 정치학‘ 함께 읽기 모임을 하고 있는데 회복적 정의에 대해 좀 더 깊고 넓게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회복적 학교를 만들 기 위해 무엇을 노력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영감을 받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학교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운영진 선생님들과 의논하며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학교 연구회를 통해 좀 더 많은 선생님들과 연대하고 회복적 학교 문화 만들기를 실천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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