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교육이 필요하다
주제글3 회복적 정의, 새로운 사회를 꿈꾸다 - 교육
김훈태 前 초등학교 및 발도르프학교 교사, 회복적 정의연구소 연구원

오늘날 우리의 교육 현실은 ‘7세 고시’라는 현상이 대변한다. 7세 고시는 1학년이 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입학테스트를 의미한다. 미국 교육과정 기준으로 영어 단어와 문장이 들어가 있는 독해 시험, 어휘, 문법, 에세이 단문 쓰기 그리고 문장을 구성하는 것까지 다양한 항목을 평가받은 다음 강사와 1대 1로 영어 인터뷰를 한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좋은 영어유치원(유아 영어학원)에 들어가야 하고, 또 거기에 들어가려면 4세 고시도 봐야 한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영어유치원을 나오고 초등학교 저학년에 영어를 끝내면 고학년에 수학을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으니 수능에 매우 유리하다는 학원 관계자의 설명이 나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초등 고학년에 중학교 수학을 넘어 고등학교 수학까지 마스터한다면 아이는 의대에 갈 수 있는 걸까? 좋은 의대에 가고 고소득의 연봉을 받으면 아이는 내내 행복할 수 있을까? 그전에, 그렇게 조기교육에 시달린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서울 세브란스병원의 소아정신과 의사 천근아 교수는 이러한 7세 고시가 아동학대라고 규정한다. 지나친 조기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의 뇌를 망가뜨려 절대 공부를 잘하게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서장애에 유사발달장애, 우울증, 청소년 자해 자살, 조현병, 성격장애가 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정신과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2019년 18만6361명에서 꾸준히 늘어 2023년엔 30만7097명을 기록했다. 4년간 환자 수가 64.8% 증가했는데,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지역,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병원과 환자가 가장 많았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서울에서 아동·청소년을 진료한 정신과 병원은 599곳, 환자 수는 6만6844명이었는데, 이 중 강남 3구에 있는 병원은 215곳(서울 전체의 36%), 환자 수는 2만3374명(35%)으로 집계됐다. 대치동과 주변 지역 소아청소년 정신과 병원의 대부분은 최소 두세 달을 기다려야 하고, 주요 대학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는 3∼5년을 대기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7세 고시 열풍은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광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더욱 더 불타오르는 이유는 부모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투사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부모를 ‘컬링부모’라고 부른다. ‘아이가 고통과 실패를 아예 겪지 않도록 미리 과잉 간섭하고 과잉 통제하는 부모’가 컬링부모다. 사소한 말다툼으로도 학교폭력 신고를 하고 고액 변호사를 들여 법정싸움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 이런 경향성과 연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작년 사교육비가 초중등과 영유아를 포함해 30조를 넘어간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이 돈을 들여 아이를 망치는 불안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에 있다. 어느 작가는 대한민국이 지금 자살하고 있다고 표현한다(‘자살하는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라는 현실은 그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나라,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도 없고 낳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그마저 귀하게 낳은 우리 아이들이 영유아기부터 입시교육의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타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기득권질서에 진입하지 않고는 안심할 수 없는 구조다. 돈이 없으면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돈이 있으면 그 어느 나라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 수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아이를 들볶아서 기득권질서에 밀어넣어 주거나, 최소한 바닥에 떨어지지는 않게 총력전을 펼치는 것 아닐까?
이러한 한국의 교육현실을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파시스트를 양산하는 교육체제라고 분석한다.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민주주의자를 키우는 게 아니라 공부를 열심히 시켜서 약자를 혐오하고 권력을 독점하는 극우 파시스트를 키운다는 것이다. 12.3 내란사태의 주역들이 대부분 이 나라 최고의 대학 출신들이란 사실을 돌아보면 신뢰가 가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회복적 정의가 생활지도에만 적용될 게 아니라 교육 전반에 새로운 철학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믿는다. 망가진 교육을 회복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절박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회복적 정의가 갈등과 범죄 문제에서 당사자와 공동체의 필요라는 본질을 꿰뚫었듯이 교육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발달에 따른 필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회복적 교육은 국가적 필요나 경제적 필요가 아니라 전적으로 아동의 내적 필요에 관심을 갖고 그 필요를 채우는 교육이 될 것이다.
발달에 맞게 영유아 시기 아이들은 학습에 대한 아무런 부담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세상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공부는 이갈이를 시작하는 7세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아이들은 이갈이가 시작되면서 기억력이 강해지고 배움의 욕구도 생긴다. 아직 흥미와 욕구가 생기지 않은 아이를 붙잡아 억지로 조기교육을 한다고 한들 그것은 아이의 발달에 치명적인 해가 될 뿐이다. 조기교육을 통해 이것저것 잡다하게 배우고 온 아이들은 오히려 자기가 이미 안다는 착각에 빠져 공부에 별 흥미도, 열의도 없다. 인간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게 된다면 막대한 돈을 들여 아이들을 망치는 광란의 행태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 세상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늘 질문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늘 고려하며 살아가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주길 바란다.
AI와 로봇의 발달로 일자리를 잃게 되지는 않을까, 많은 사람이 걱정한다. 기술의 발달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인간을 중심으로 한 민주적 사회 체제다. 기술의 발달이 지금의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강화시킨다면 우리는 정치적 힘을 모아 부조리를 타파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삶을 위협하지 않도록 기술을 규제할 필요도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노예들을 착취하며 민주주의 정치와 예술적인 문화를 꽃피웠지만 우리는 AI와 로봇에 의해 더 적게 일하고 인간적인 활동을 더 많이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보다 더 일을 줄이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나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같이 놀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여행을 다닐 것 같다. 아름다운 음악을 더 많이 듣거나 연주해 보고, 그림도 그리고, 연극도 보러 가고 싶다.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서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일도 좋다. 회복적 교육은 그렇게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길러주는 교육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다른 이들의 노동으로 채워진다. 입고 먹고 마시는 모든 일, 모든 재화가 다 타인의 노동으로 이루어지니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의 삶은 사회 전체를 염두에 둘 때 이기심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회복적 교육은 이러한 사회적 삶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우리가 근시안적인 태도에서 깨어나 삶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 진정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실천해나갈 때 우리는 아이들에게 회복적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글3 회복적 정의, 새로운 사회를 꿈꾸다 - 교육
김훈태 前 초등학교 및 발도르프학교 교사, 회복적 정의연구소 연구원
오늘날 우리의 교육 현실은 ‘7세 고시’라는 현상이 대변한다. 7세 고시는 1학년이 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입학테스트를 의미한다. 미국 교육과정 기준으로 영어 단어와 문장이 들어가 있는 독해 시험, 어휘, 문법, 에세이 단문 쓰기 그리고 문장을 구성하는 것까지 다양한 항목을 평가받은 다음 강사와 1대 1로 영어 인터뷰를 한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좋은 영어유치원(유아 영어학원)에 들어가야 하고, 또 거기에 들어가려면 4세 고시도 봐야 한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영어유치원을 나오고 초등학교 저학년에 영어를 끝내면 고학년에 수학을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으니 수능에 매우 유리하다는 학원 관계자의 설명이 나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초등 고학년에 중학교 수학을 넘어 고등학교 수학까지 마스터한다면 아이는 의대에 갈 수 있는 걸까? 좋은 의대에 가고 고소득의 연봉을 받으면 아이는 내내 행복할 수 있을까? 그전에, 그렇게 조기교육에 시달린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서울 세브란스병원의 소아정신과 의사 천근아 교수는 이러한 7세 고시가 아동학대라고 규정한다. 지나친 조기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의 뇌를 망가뜨려 절대 공부를 잘하게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서장애에 유사발달장애, 우울증, 청소년 자해 자살, 조현병, 성격장애가 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정신과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2019년 18만6361명에서 꾸준히 늘어 2023년엔 30만7097명을 기록했다. 4년간 환자 수가 64.8% 증가했는데,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지역,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병원과 환자가 가장 많았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서울에서 아동·청소년을 진료한 정신과 병원은 599곳, 환자 수는 6만6844명이었는데, 이 중 강남 3구에 있는 병원은 215곳(서울 전체의 36%), 환자 수는 2만3374명(35%)으로 집계됐다. 대치동과 주변 지역 소아청소년 정신과 병원의 대부분은 최소 두세 달을 기다려야 하고, 주요 대학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는 3∼5년을 대기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7세 고시 열풍은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광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더욱 더 불타오르는 이유는 부모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투사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부모를 ‘컬링부모’라고 부른다. ‘아이가 고통과 실패를 아예 겪지 않도록 미리 과잉 간섭하고 과잉 통제하는 부모’가 컬링부모다. 사소한 말다툼으로도 학교폭력 신고를 하고 고액 변호사를 들여 법정싸움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 이런 경향성과 연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작년 사교육비가 초중등과 영유아를 포함해 30조를 넘어간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이 돈을 들여 아이를 망치는 불안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에 있다. 어느 작가는 대한민국이 지금 자살하고 있다고 표현한다(‘자살하는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라는 현실은 그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나라,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도 없고 낳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그마저 귀하게 낳은 우리 아이들이 영유아기부터 입시교육의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타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기득권질서에 진입하지 않고는 안심할 수 없는 구조다. 돈이 없으면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돈이 있으면 그 어느 나라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 수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아이를 들볶아서 기득권질서에 밀어넣어 주거나, 최소한 바닥에 떨어지지는 않게 총력전을 펼치는 것 아닐까?
이러한 한국의 교육현실을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파시스트를 양산하는 교육체제라고 분석한다.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민주주의자를 키우는 게 아니라 공부를 열심히 시켜서 약자를 혐오하고 권력을 독점하는 극우 파시스트를 키운다는 것이다. 12.3 내란사태의 주역들이 대부분 이 나라 최고의 대학 출신들이란 사실을 돌아보면 신뢰가 가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회복적 정의가 생활지도에만 적용될 게 아니라 교육 전반에 새로운 철학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믿는다. 망가진 교육을 회복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절박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회복적 정의가 갈등과 범죄 문제에서 당사자와 공동체의 필요라는 본질을 꿰뚫었듯이 교육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발달에 따른 필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회복적 교육은 국가적 필요나 경제적 필요가 아니라 전적으로 아동의 내적 필요에 관심을 갖고 그 필요를 채우는 교육이 될 것이다.
발달에 맞게 영유아 시기 아이들은 학습에 대한 아무런 부담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세상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공부는 이갈이를 시작하는 7세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아이들은 이갈이가 시작되면서 기억력이 강해지고 배움의 욕구도 생긴다. 아직 흥미와 욕구가 생기지 않은 아이를 붙잡아 억지로 조기교육을 한다고 한들 그것은 아이의 발달에 치명적인 해가 될 뿐이다. 조기교육을 통해 이것저것 잡다하게 배우고 온 아이들은 오히려 자기가 이미 안다는 착각에 빠져 공부에 별 흥미도, 열의도 없다. 인간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게 된다면 막대한 돈을 들여 아이들을 망치는 광란의 행태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 세상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늘 질문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늘 고려하며 살아가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주길 바란다.
AI와 로봇의 발달로 일자리를 잃게 되지는 않을까, 많은 사람이 걱정한다. 기술의 발달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인간을 중심으로 한 민주적 사회 체제다. 기술의 발달이 지금의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강화시킨다면 우리는 정치적 힘을 모아 부조리를 타파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삶을 위협하지 않도록 기술을 규제할 필요도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노예들을 착취하며 민주주의 정치와 예술적인 문화를 꽃피웠지만 우리는 AI와 로봇에 의해 더 적게 일하고 인간적인 활동을 더 많이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보다 더 일을 줄이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나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같이 놀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여행을 다닐 것 같다. 아름다운 음악을 더 많이 듣거나 연주해 보고, 그림도 그리고, 연극도 보러 가고 싶다.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서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일도 좋다. 회복적 교육은 그렇게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길러주는 교육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다른 이들의 노동으로 채워진다. 입고 먹고 마시는 모든 일, 모든 재화가 다 타인의 노동으로 이루어지니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의 삶은 사회 전체를 염두에 둘 때 이기심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회복적 교육은 이러한 사회적 삶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우리가 근시안적인 태도에서 깨어나 삶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 진정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실천해나갈 때 우리는 아이들에게 회복적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