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글]과거의 사안을 현재에서 대화하고 미래로 나아가다 l 안옥란 회복적 정의 실천가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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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정의에 대한 질문들  l  주제글8  l 실천가


과거의 사안을 현재에서 대화하고 미래로 나아가다

안옥란 회복적 정의 실천가


*회복적 정의 실천가로 회복적 대화모임, 관계형성 프로그램 수업, 

가족서클 홍보로 갈등전환, 공동체 회복, 가족대화의 일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1. 내가 만난 회복적 정의

 

 정년퇴임을 5년 남겨둔 2014년 2월, 이재영 원장님의 ‘회복적 생활교육’ 강의를 통해 회복적 정의를 만났습니다. 이 한 번의 강의는 그간의 생활지도에 대한 제 고민을 해결해 주었고, 정년 때까지 아이들과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전에는 갈등이 일어났을 때 갈등 상황을 일으킨 아이들에게 잘못이 있다는 생각으로 ‘잘못이 무엇인지’부터 물었습니다.


 문제 해결보다 피해 회복에 집중하는 것, 자기 입장에서 이야기하게 하는 것, 자발적 책임을 지게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나의 마음을 끌어당겼습니다.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 갈등은 일상입니다. 일상인 갈등을 누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밝히는 데 집중하다 보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는 물어볼 겨를도, 마음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의 잘못을 겨우 말하면 “그래 너는 00을 잘못했지?”, “너는 또 00을 잘못했지” 하며 서로 사과를 시켰습니다. 사과는 받는 것이지, 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저의 모습입니다.


 처음 들은 회복적 정의에 대한 강의에서 ‘아, 이렇게 하면 나도,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회복적 정의 연수의 기회가 생길 때마다 참석하였고, 회복적정의협회에서 나온 《회복적 생활교육 학급운영 가이드북》을 사서 반 아이들에게 적용해 보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니?”라는 질문에 달라지는 아이들의 대답은 저를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에 점점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달라지는 아이들의 대답에 저 자신도 놀라면서 나아가 제 자녀들도 이 좋은 회복적 정의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제 자식보다 더 사랑스러운 저의 손주들이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에 근거한 양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열망으로 제 자녀들에게 회복적정의의 책을 소개하고 설명도 해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이 수업과 생활지도의 중심이 되다


 수업을 둥글게 둘러앉아 서클로 진행하였습니다. 주제에 맞추어 던져진 질문에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모았습니다. 학습의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평소 한마디도 하지 않던 아이들이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소외되는 아이들은 한 명도 없었지요.


 생활지도의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니?’라는 물음에 아이들은 자기 입장에서 자신의 맥락을 말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갈등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야단치는 선생님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으로 정년 때까지 행복하게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며 교사 생활을 하고, 학교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퇴직한 지금도 아이들을 기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서클로 가족과 만나다

 

 2021년 회복적 정의 전문가 1급 자격 취득을 위한 프로젝트의 주제를 제 가족들에게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을 적용할 수 있는 ‘가족서클’로 잡았습니다. 드디어 우리 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허락을 받아 가족서클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9월부터 12월까지 12번의 가족서클을 진행하고, 프로젝트 보고서를 완성하였습니다. 보고서 완성 후 가족서클을 계속할지 가족서클에서 의논하였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계속할 것을 주장하는 할아버지의 의견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매주 하는 것은 부담되니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8시로 하면 좋겠다는 며느리의의견에 모두 동의하였고, 지금까지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 제가 가장 잘한 일은 가족서클을 시작하고 꾸준히 진행한 것입니다.



서클로 대화 모임을 진행하다


 2021년 5월, 회복적 경찰활동을 시작으로 경기도 교육청 산하 여러 지역교육청에서 화해중재위원으로 대화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대화모임 진행은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에 기초하여, 핵심 가치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5가지의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는 질문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이 일로 마음은 어떤가요?’로 마음을 살펴주고, ‘이 일로 힘든 사람은 누구인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 영향을 파악한 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로 욕구를 파악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 지’ 물어서 공동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였습니다.



서클로 관계형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2022년 동두천 양주 교육지원청을 시작으로 오늘까지 양평, 여주, 이천, 남양주 교육지원청의 요청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관계 형성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나, 너, 우리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을 서클의 형식으로 진행하여 아이들이 자신과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와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아가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면 안 되겠는지’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이들이 좋은 어른으로 자라가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2. 회복적 정의의 실천가로 활동하면서 만난 질문들과 알게 된 것


 저는 회복적 정의를 모르는 선생님들에게 ‘서클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과 생활지도를 ‘무슨 일이 있었니?’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면 무엇이 좋은지 알릴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교사들을 위한 연수도 방법이긴 하지만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이 사회 문화가 되게 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아직 시작 단계지만, 회복적 학교, 회복적 도시의 확산이 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학교폭력 사안으로 대화모임을 진행하면서 보니 분리 조치에 대한 불만으로 맞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도 ‘이 정도로는 학교폭력이 아니야’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당했던 아이가 신고자가 되어버리는 학교 현장을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서 대화모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신고가 신고를 부르고 고소가 고소를 부르는 상황으로 학교와 우리 사회 전체가 서로에 대한 모든 문제를 법에 의존하는 것 같습니다. 회복적 경찰활동을 통하여 접한 사안은 가정폭력이 가장 많았습니다. 가정폭력 사안은 부부 문제가 가장 많았고, 드물게 부자간, 부녀간, 모자간, 모녀간, 부모 자식 간의 사안도 있었습니다. 갈수록 자녀들의 신고로 부모님과 함께 대화모임에 참여하는 자녀들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그동안 회복적 경찰활동으로 대화모임을 진행한 횟수는 100여 건에 이릅니다. 대부분의 사안은 당사자간 대화를 통한 합의점을 찾아 약속이행문을 작성함으로써 과거에 일어난 문제들이 현재 대화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c effect: 성공한 일보다는 미완성이거나 실수가 있었던 일을 더 잘 기억하는 증상)’로 처리되지 못한 부정적 감정은 오래도록 기억되고, 당사자들이 과거의 기억에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대화를 통해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음으로써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과거의 감정을 끄집어내어 처리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대화모임을 진행하면서 들었던 인상적인 말은 “이렇게 진행하시니 아내의 말을 끝까지 듣게 되네요”입니다. 특히 남편들이 주로 한 말입니다. 가정폭력 등 가족간의 대화모임 중 ‘우리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 공동체인 가정이 바로 서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누구도 미리 연습하고 부모가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되기 전 먼저 부모가 되었던 분들의 경험담이나 가족 공동체를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교육받을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학부형이 됩니다. 학부형이 되기 전에 학부모 교육을 받는 것을 의무로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바르게 서지 못한 부부가 가정을 바로 세우지 못하니, 바르게 선 부모가 되지 못합니다. 아이들의 문제를 경찰서에 신고해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런 부모에게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요? 모든 문제를 법으로만 해결하라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고소 고발이 아닌 대화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하는 방법은 가정에서부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 간 대화는 가족서클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서클을 좀 더 널리 알려 가정에서부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연습해 보면 좋겠습니다. 부부교육, 부모교육, 학부모교육을 일반화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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