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교사가 말한다 - 서면 인터뷰(초등) l 최선자 수원선행초 교사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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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교사가 말한다 - 서면 인터뷰(초등) 

     


최선자 / 수원선행초 교사, 회복적학교연구회장

*인터뷰어 : 김훈태 / 회복적정의연구소 연구원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의 1학년 담임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년차 교사였던 A씨는 최근 과도한 업무와 더불어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19일 성명을 내고 경찰의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촉구했다. 현재 많은 추모의 물결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문 앞에 일어나고 있다.

 

본 저널은 위 사건을 계기로 학교 현장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교사의 입장에서 학교 현실을 짚고, 교사들의 필요와 나아갈 방향을 회복적 정의 입장에서 조명하고자 합니다.



1.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6년차 초등교사 최선자입니다. 



2. 서이초 사건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사건이 일어나고 6차 집회까지 한 달 보름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서이초 사건에 이어 주호민 작가 자녀의 특수교사 아동학대 기사를 접했습니다. 매일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올 해 한 학기 동안 겪었던 일들뿐 아니라 제가 그 동안 겪었던 일들이 단상으로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 기억들 속에는 오래된 것들도 있었고 최근에 겪었던 일들도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오래 전부터 학교 현장은 여러 가지 문제들로 곪아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하고 제가 겪은 학교 현장은 비상식과 비정상이 넘쳐나는 곳이었어요. 교사들은 잘 가르쳐 보겠다고 고군분투 하는데 어려움들은 가중되고 이제는 학생 생활교육의 어려움, 학부모 민원, 학폭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병가나 질병 휴직을 내는 아픈 교사들이 해마다 있어요. 


 저 또한 올해 버티기가 너무 어려워 심각하게 병가를 고려했어요. 올해 1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데, 저희 반에 병원에서도 도저히 검사를 진행하지 못해 진료 첫날 1학년으로는 드물게 약을 처방받은 친구(학부모, 상담교사, 돌봄교사, 담임교사 체크리스트 결과는 ADHD-반사회적 품행장애로 예상됨)와 자폐중증인 특수학급 친구가 있어요. 특별한 행동 문제를 갖고 있는 한두 명의 아이들이 교실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 외에도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은 교실에서 함께 지내는 반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를 힘들게 해요. 매일 그 아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뿐 아니라, 반복되는 갈등과 다툼을 해결하는 일들로 방과 후에는 녹초가 되곤 합니다. 특히, 아이들을 통해 교실 이야기를 전해들은 학부모들의 민원을 응대하는 일은 퇴근 시간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교사로 사는 것이 ‘고통스럽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본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했어요. 학교 현장에 나와 보니 장애를 가진 친구들뿐 아니라 정서행동상의 어려움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너무 많은데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학교는 준비가 안 되어 있고, 교사인 나는 당장 아이들에게 뭐라도 해야 하니까 무작정 대학원 사무실을 찾아갔던 기억이 나요. 특수교육을 공부했다는 책임감과,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의 어려움, ‘올해 누가 우리 아이의 담임이 될지’,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매년 마음 졸일 학부모들이 적어도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거의 해마다 특수학급 아이를 맡았어요. 올해 맡은 아이는 자폐중증이라 특수학교에서도 입학이 거절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잘하든 못하든 소외나 배제당하지 않도록 교사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우리 학교에서도 1학년(현재 2학년)에서 녹음기 사건이 있었어요. 특수학급 선생님이 가방 정리를 하다 녹음기를 발견했는데 그 일로 인해 담임 선생님과 특수학급 선생님이 받은 충격은 어머어마했어요. 내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한 행동이라기에는 그 아이를 맡고 있는 교사들에게는 그 자체로 신뢰와 관계를 깨버리는 일인데, 교권침해(교육활동 보호) 사안으로 다루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그 일이 그 아이를 매일 대하는 교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일인지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교장 선생님께도 말씀을 드렸지만 학교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특수학급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 모두 부담스러워하셨거든요.


 교사들에게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와 그 아이의 학부모를 교권보호위원회나 생활교육위원회를 열어서 징계나 처벌을 해달라고 요구하기가 여전히 어려워요. 관계가 깨지면 더 이상 한 교실에서 마주하기가 어려워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올해 초 특수학급 학부모들과 교사, 관리자들의 간담회에서 그 학부모님이 작년의 녹음기 이야기를 하셨는데 다른 특수학급 학부모님들께서 공감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 있었던 관리자, 교사 모두 그 행동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깨버리는, 그래서 더 이상 아이를 교육하기 어려워지는 심각한 행위라는 것을 왜 말하지 못했을까 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제 경우여도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 대한 교육이나 훈육이 어렵다는 것을, 적어도 교사 입장에서 그 행동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교사로서 겪는 자괴감과 무력감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존엄이나 권리가 침해받아도 말하지 못할까?’, ‘왜 말하지 못하게 되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반에 그런 아이가 있다는 것을 왜 사전에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교실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공식적으로 학부모들에게 알렸으면 좋았을 텐데~ 아이에게 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학교는 이 일에 대해 무슨 대책이 있습니까?” (특수학급 친구가 통합 수업 중 거울을 깬 사건 후 같은 반 학부모 민원내용)


 3월에 있었던 학부모 민원 내용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학부모들의,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인식이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당장 내 아이가 교실에서 받을 피해에만 주목하고 그 아이 또한 내 아이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 시민이라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성향이나 기질, 살아온 경험이 다 다른 여덟살 아이들에게도 일상적인 갈등과 다툼이 있고 그 갈등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경험을 하면서 때로는 좌절과 실패는 겪으며 배우고 성장하는 곳이 교실이라는 곳인데 교실은 내 아이에게 어떠한 위험도 없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이런 종류의 사회적인 인식이나 이해와 관련된 민원을 받게 되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지 난감해요.


 많은 부분, 이런 학부모들의 불안은 사회적으로 조장하고 만드는 부분도 큰 것 같아요. 방학 동안 관련 기사들을 자세히 찾아 읽게 되었어요. 저는 비교적 다른 교사들에 비해 학부모님들께 그들이 부모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나 책임 등에 관해 요청하기도 하고, 부당한 민원을 접했을 때 옳고 그름이 아니어도 교사 입장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것 같다. 불편하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도, 어느 사이에 제가 부당한 일을 겪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는,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고군분투!” 교직경력 26년 동안 늘 고군분투하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학교 안에도 부당한 제도들과 권력들이 존재하고 이런 것들은 일상적인 교사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잘 가르치기 어렵게 하는데, 가르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 외에도 늘 부당한 제도와 필요한 지원을 찾아보고 개선하기 위해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 했던 것 같아요. 장애 아동의 경우뿐 아니라 ADHD, 경계선 지능 등 특별한 어려움을 갖고 있는 아이가 반에 있으면, 그 아이들에 대해 공부하고 가르치고 감당하는 것도 혼자, 학부모에게 상담과 치료 등의 다른 교육적 개입을 권유하고 설득하는 것도 대부분 혼자 감당해야하니까요. 행정 업무 또한 만만치 않구요.


 예전에 비해 특별히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은 아무래도, 교실의 다양한 아이들을 모두 돌봐야 하는 교사들이, 특별한 아이들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을 다른 학부모들은 학폭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데 있어요. 주호민 자녀의 경우처럼, 저 또한 학폭을 이야기하는 학부모들이 있었고 교실의 다른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알고 그 아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잘 해보려고 해도 오히려 양쪽의 학부모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동료들을 자주 봐 왔으니까요. 비교적 관리자들의 지원이나 동료 교사들 간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는 학교에 근무하면서도 ‘왜 개별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힘듦은 별로 줄어들지 않을까? 왜 해마다 힘들고 아픈 교사들이 늘어만 갈까?’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어려운 아이들 -> 교실의 어려움 -> 학부모들의 민원 -> 학폭 사안으로 접수 -> 양쪽 학부모에게 모두 공격받음... 순으로 너무 쉽게 이어지는 데는 이미 많은 교사들이 개인적인 역량이나 상황의 특수성과 상관없이 주어진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황폐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겨울 방학에 읽은 ’교사가 부서져간다’ 라는 책 제목이 계속 떠올랐어요. ‘이미 많은 교사들이 부서질 수밖에 없는 교실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던 거구나...’ 서이초 선생님이 교실에서 겪었을 어려움과 교사로서 겪었을 자괴감, 모욕감, 그리고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으로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선생님,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왜 저에게 먼저 하지 않으셨어요? 앞으로 우리 아이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와 이야기하기 전에 저에게 먼저 말씀해 주세요.” (3학년 학부모. Wee센터 상담교사. 2학년 때 다퉜던―학부모들의 다툼으로 이어짐― 아이들의 요청으로 상담을 한 후 한 학부모에게 받은 항의전화)


 지금 근무하는 선행초에서 3학년 담임을 할 때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다시 잘 지내고 싶다고 저에게 먼저 와 도움을 요청해서 상담을 해 주었어요. 아이들을 통해 2학년 때 어떤 갈등이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양쪽 부모들의 다툼으로 이어졌는지 자세히 듣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3학년에 와서도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는 것을 말하며 잘 지내고 싶다고 했어요. 부모님들이 상대방 아이와 놀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까지도요. 점심 먹고 아이들 동의를 받아 두 아이와 이야기를 했고, 다행히 그 아이들은 이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하면서 서로 잘 지내기로 약속하고 집에 갔습니다.


 그 이후에 받은 학부모의 항의 전화였어요. 그 학부모는 아이에게 중요한 일을 보호자인 자신에게 먼저 말하지 않고 상담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러면서, 다음부터는 아이와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알려달라고 요구했어요. 아이를 통해 들은 그 학부모는 학교에서 친구와 갈등이 있을 때, 훈육의 방법으로 너도 똑같이 당하면서 공감을 해보라고 하면서 아이의 뺨을 때린 적도 있다고 했어요. ‘기본적으로 교사를 신뢰하지 않을 뿐더러 정당한 교육활동을 해도 보호자라는 이유로 문제를 삼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많은 선생님이 말하듯이 저 또한 ‘운이 좋아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3년, 의왕초에서 6학년 담임을 하면서 ’교실붕괴‘를 경험했어요. 반에 지능이 낮은 친구가 한 명 있었고 소위 학년에서 이짱, 삼짱 하는 아이들이 반에 있었어요.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어서 도움 받을 곳도 없었죠. 아이들은 그 아이에게 은밀한 괴롭힘을 행사했고, 수업 시간에 교사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행동도 자주 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반장도 일부러 공부 못 하는 아이로 자기들이 뽑은 거였어요. 담임으로 느끼는 무력감은 어마어마했어요. 학교에 가는 일이 너무 괴로워서 매일 새벽 걸었어요. 걸으면서 마음을 다잡고 학교에 출근했어요. 그 당시에는 없었던 학부모 상담 주간을 운영하고, 괴롭힘을 일삼는 아이들을 어두운 강당으로 데려가 협박을 하기도 했어요. 뭐든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꾸중도 하고 협박도 하고, 한편으로 ’따돌림없는연구모임’이라는 연구회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학교폭력과 평화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서서히 아이들이 변화해 가고 그럭저럭 잘 지내다 졸업했지만 아직도 힘들었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이 나요. 아이들의 삶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생활교육이나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갖게 된 계기였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미 아이들은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교실붕괴’라는 말에는 이미 교육이 불가능한 학교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요. 자세한 사건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이초를 비롯한 의정부 호원초, 군산 무녀도초, 서울 신목초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건들이 여러 가지로 ‘사회적 재난’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이초 선생님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깨져 있는 교사공동체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경험했던 교사 공동체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지금의 교사공동체는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권위주의적이고 위계적인 학교 문화는 제왕적인 학교장 경영 체제로 경직되어 있고 교사협의회는 아직도 의결기구로서 기능하지 못해요. 협의회도 없이 학교장의 결정대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학교도 많구요. 요즘 사회에서 이슈화되는 젠더 갈등, 세대 갈등, 이념 갈등이 학교 안에서도 교사 공동체의 연대를 더 어렵게 하는 것 같아요. 소통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선행초는 두 번째 내부형 공모 교장을 교사들이 세운 학교예요.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는 많은 부분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어요. 특히, 교사들의 협의문화가 있어서 관리자들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어요. 진상 학부모도 있고 학폭을 둘러싼 갈등으로 아픈 교사들도 있지만, 그 교사들을 동료성을 발휘해 회복할 수 있게 교장 선생님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고 동료교사들도 도움을 주려고 해요. 일례로 교장 선생님은 작년에 녹음기를 가방에 넣어두었던 특수학급의 학부모님과 매달 독서 모임을 하고 교사들은 학년이나 업무에서 협의해서 전담교사로 배치하거나 수업 시간을 줄여주는 등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교 문화가 낯선 전입교사들은 학년에 한두 명씩 골고루 배치하고 어려운 업무를 주지 않아요. 기간제 교사들한테도 마찬가지구요. 모든 문제를 에방하거나 막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부분이 해결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교육부의 행태는 오히려 반민주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부분에서도 안타깝고 화가 나요.


 생활교육과 학폭 담당으로 여러 해 동안 일했어요. ‘회복적 정의’를 접하게 된 것도 학폭 담담 교사로 교육청에서 하는 의무 연수였어요. 학폭법은 학폭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처음 이 업무를 맡아보고 알았어요. ‘그럼 어떻게 하지? 학교는 교육 기관이라고 하는데 그럼, 교육적으로 뭘 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학교 안에 교사의 권위를 이용해 지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았어요. 이미 교사와 학교의 권위는 학부모뿐 아니라 학생들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죠. 무작정 남양주까지 있는 협회를 찾아가 연수를 받고 학교연구회 정기모임에도 참여했어요. 학폭 사안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받았지만 담임으로 학급운영을 해나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회복적 관점에서 아이들의 갈등과 다툼을 해결해 나가니까 아이들의 관계가 좋아지고 교실 공동체 또한 평화로워지는 걸 경험했어요. 학폭 업무를 하면서도 마찬가지예요. 여러 차례에 걸친 대화모임과 회복을 염두에 둔 후속 조치(서클, 집단 상담 등)를 하느라 힘이 들어도 아이들이 긍정적인 갈등 해결의 경험을 하고 회복과 치유가 되는걸 눈으로 보니까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힘든 건 학부모들과 학폭법이에요. 학폭사안 처리 매뉴얼은 학폭법에 근거해 학교에서 학폭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상세하게 적어 놓았는데 일단, 일상적인 갈등과 다툼도 학폭으로 접수하면 무조건 매뉴얼에 따라 처리를 해야 해요. 매뉴얼을 철저하게 따르지 않으면 학부모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을 때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해요. 그래서 학폭은 학교 안 기피 업무 1위예요. 하기 힘든 일을 하는데 여기에 실수나 잘못이 있으면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하는 구조예요. 학폭법은 기본적으로 교육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진 법이 아니어서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워요. 그걸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다 메꾸고 받아내야 해요. 


 “선생님, 상대방 아이가 제 아이에게 어떠한 말과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증명을 해 주세요. 그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 말을 거는 순간 학교폭력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으로요. 그럼 학교폭력 취소할게요.” (3학년 학부모, 방과후 영어학원에서 있었던 일로 학교폭력 신고를 한 후) 


 “학교 연락을 받고 ‘변호사를 알아봐야 하나? 아이한테 이제부터는 입을 다물라고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6학년 학부모, 성폭력 사안 가해 학생으로 연락받은 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해요. 회복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일 때 동의하는 교사들이 많지 않아요. 현실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오히려, 깔끔하게 매뉴얼대로 처리하는 것이 깔끔하다고 말하고 오히려 일을 더 어렵게 하고 혼란스럽게 한다고 말하는 교사들도 많아요. 이런 말을 하는 교사 개인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현재 교사들이 학폭을 해결하려고 할 때 겪는 어려움들이 너무 크니까요. 


 지금 선행초가 5번째 학교예요. 제일 어려운 학교는 선행초에 오기 전 근무했던 영화초였어요. 교장 선생님께서 학교 부임 후 가진 첫 부장 회식에서 저에게 “너 빨갱이지?”라고 말했어요. 대놓고 교사들의 싹을 밟아야 한다고 했던 사람이었거든요. 행정실, 실무사 선생님들을 비롯해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을 자기 아래 두고 힘을 행사하려고 했어요.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에 무조건 “예!” 해야 했어요. 오고 가는 학생들이 상담실 안을 쳐다볼 수 있다고 창문 아래쪽에 전단지를 붙여 가린 기간제 상담교사에게 전단지를 떼라는 자신의 명(?)에 “예”가 아닌 이유를 말했다고 그 다음날부터 매일 상담일지를 결재받으라고 하고 계약 기간 끝나자 바로 상담실을 없앴어요. 그 교장과 근무한 4년 동안 치열하게 싸웠어요. 교육청에 민원도 여러 번 넣었고 복무, 수업 장학, 인사, 업무 등 모든 분야에서 학교에서 살아가려면 순응하거나 싸우거나 하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에게는 제 자신을 지키는 일이 싸우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제 자신의 영혼이 짓밟히면 더 죽을 것 같았거든요.


 학교 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했어요. 수업 장학 후 학교장 때문에 ‘숨이 안 쉬어진다’는 신규 교사도 있었어요.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도 조퇴를 해주지 않으니 부모님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선생님도 있었구요. ‘힘들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 돼요. 학교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학교장 한 명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억압하고 힘들게 할 수도 있구나’, ‘분명 불의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들인데 교장을 어떻게 할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났어요. 오죽하면 ‘교장실 앞에 목을 매 죽을까? 그러면 사람들이 알아줄까? 뭔가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래서, 내부형 공모 교장이 있는 선행초로 왔어요. 지금도 많은 학교는 관리자들에게 교권침해를 받는 경우가 많아요. 교사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관리자들이 너무 많아요. 교실은 점점 어려워지고 학부모도 힘든데, 관리자들이 이해하고 지원해 주지 않으면 교사는 그 안에서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해요. 혼자서 감당하고 책임도 혼자 지라는 이야기예요. 경력이 많은 교사들도 이런 일들로 명예퇴직을 하는데 저경력 교사나 신규 교사는 말할 것도 없죠.



3.  어려운 가운데서도 교사 일을 계속하게 하는 힘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글쎄요~. 그리고 지금껏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사람, 동료’였던 것 같아요. 뭔가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뜻을 모으고 같이 고민하면서 어려운 일들을 함께 풀어나갔어요. 어떻게 보면 이것 또한 ‘운’이 좋았던 것 같은데, 작은 거라도 교육을 고민하고 아이들을 보면서 함께 걸어나간 동료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픈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너무 많아요. 물론 아픈 교사도요. 이것 또한 아픈 ‘사람’이 자꾸 눈에 보이니까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자꾸 뭔가를 무리해서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지랖’인 것 같아요.



4. 선생님께는 ‘교육’이 어떤 의미일까요? 

 경력이 쌓이면서 ‘교육’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던 것 같아요. 교육에 대한 정의는 여러 유명한 학자들이 많이 했죠. 이 질문은 ‘교육은 뭐다’라는 것보다 제가 요즘 교사로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건 뭐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 같아요. 전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회적으로 너무 억압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려고 하고, 아이들에게도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 존중해 주라고 강조하는 것 같아요. 그 나이에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느끼면서 자신을 탐색하고 알아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서로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나 말고도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서로가 서로에게 좀 너그럽게 대하면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나가고 실천하는 아이들이 되길 바래요. 또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책임 있는 사회인으로, 그리고 지구인으로 살아나갔으면 좋겠어요. 전지구적으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하고 나니 부끄러워요. 과연 어른인 저는 그렇게 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5. 더 나은 학교 공동체를 꿈꾸며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특히 학폭이 발생했을 때 부탁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실까요? 

 저는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특별히 없어요. 어른들의 잘못이 크고 어른들의 책임이 큰 것 같아요. 그리고 교사로 살다 보면 학생들에게서 희망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아요. 큰 잘못을 한 아이들도 믿음을 보여주고 잘 이끌어주면 시간이 걸려도 결국엔 달라져요. 저는 교사로 살면서 오히려 사람을 믿게 되었어요. 아이들의 ‘선한 의지’를요. 정말 열악한 보육원에서 지내는 아이들도 만나봤고 도벽에 가출을 일삼는 아이들까지 만나보았지만 아이들은 결국 누구보다 스스로 잘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자신의 삶이니까 잘 살고 싶어 해요. 이런 의미의 ‘선한 의지’를 믿어요.


 여름 방학 전에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당부도 했구요. “이미 사회가,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되겠지~ 해서 내 아이가 잘 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학폭 문제만 해도 그렇지 않냐? 내 아이와 아무 상관없어 보여도 그렇지 않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내 아이만이 아니라 옆집 아이, 우리 마을의 아이들이 모두 잘 키워져야 한다. 그래서 같이, 잘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좋은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내 아이도 잘 키울 수 있다.”고요. 내 아이가 학폭에 관련이 되었다면 가해든 피해든 부모에게는 너무 큰 일이예요. 그래서 내 아이를 지키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하는 말과 행동들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요. 지금까지 학교가 신뢰를 보여줬던 적이 별로 없을 거예요. 자신들이 학교를 다닐 때에도, 자신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지금도요...


 그래서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학폭 사안 처리가 끝나도 학교는 내 아이의 삶의 공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매일 학교에 가면 친구를 만나야 하고 그 친구와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관계의 문제로 공동체 안에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게 해야 할지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어느 쪽이든, 아이의 이야기와 필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요. 보호자이고 성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정작 당사자는 아이들인데 말이죠. 그리고 책임지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6. 이번 사건을 통해서 교사분들의 필요가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필요가 있으신지, 어떤 지원이 필 요한지 현장에 계신 교사의 관점에서 말씀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인디스쿨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교사 50명이 정책제안 TF팀을 만들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책 제안서’를 만들었어요. (학폭 관련 내용도 포함) 내용을 읽어보았는데 교사들의 필요가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잘 정리되어 담긴 것 같았어요. 전 다른 것보다 교육에 관련된 정책이나 법안을 정할 때 현장교사들을 참여시켰으면 좋겠어요. 교육관료들 말고 현장교사들이요. 그래야 학교 현실에 맞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교사가 주체성을 가지고 책임 있게 학교를 개선시켜나갈 수 있어요. 그리고 당장은... 교사로서 잘 가르치려면 정말 할 일이 많아요. 가르치는 일은 교과나 교수방법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 외에도 사람과 사회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해요. 학급당 인원수도 줄이고 수업 시간도 줄여주고 전문 상담교사를 비롯해서 사회복지사, 행정 인력 등 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필요한 각 분야의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7. 인터뷰를 마치며 간단한 소회를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지금도 연이어 안타까운 교사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요. 누군가는 자신의 아픔이 떠올라 기사도 읽지 못하고 집회에도 가지 못한다고 해요. 이번 9월 4일을 기점으로, 더 많은 교사들이 좌절하고 희망을 포기하면 어쩌지 걱정돼요. 우리는 또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지만 교사들의 생존권에 대한 외침이 결실로 맺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학생 인권, 학부모와의 소통, 평화로운 학교공동체 등 다른 이야기들로 논의를 확장시켜가며 공교육 정상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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