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본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 l 황태진 회복적정의연구소 연구원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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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본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

     


황태진 / 회복적정의연구소 연구원




 인권이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이다. 근대사회에서 인권은 정치권력의 자의적 침해로부터 자유를 지키는 것이 기본과제였으나, 후기자본주의사회에 이르면 계급 간의 갈등과 거기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인권은 사람을 존중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주체적 권리를 제도화한 것으로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인권을 주장할 수 있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인권의 주체이므로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가 보호되어야 한다.


 교권은 교사가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권위와 지위를 의미하며,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일부 교사들이 생활지도와 관련 없이 무분별한 체벌로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여 학생의 사생활의 자유, 차별받지 않을 권리, 개성을 실현할 권리, 휴식권, 학습에 관한 권리,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을 규정하였으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엄격히 적용하여 학생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였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의 일부 조항은 다른 학생의 인권 및 학습권과 충돌하거나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를 위축시키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과 사생활의 자유, 칭찬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 수업 중 잠자는 학생에 대한 지도 문제와 휴식권을 구분하여 적용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인데,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이 깨져 학생-교원-학부모 모두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갈등이 심화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교육계는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을 위한 대책마련을 위해 분주하다. 학교현장에서 여러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교육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는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배려의 관계’일 것이다. 학생-교사-학부모의 문제행동은 피해와 관계의 어려움을 발생시킨다. 행동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관계’에 초점을 두고,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 ‘내 자녀‧학생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부의 종합방안은 교권-학생인권 간의 균형, 교권 및 교육활동 보호강화, 교원-학부모 소통 관계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교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학생·학부모·관리자의 책임성을 강화하여 교원을 보호하는 교육부의 방안들은 교원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교육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대안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필요와 회복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피해 상담과 치료, 정서적인 치유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인권과 교권의 불균형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교권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인 ‘교원’의 이야기를 교원의 피해와 필요를 중심으로 허심탄회하게 들어야 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어려움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그 피해가 어떻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제공하고, 해당 학생과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해당 사안의 당사자인 ‘교원’의 이야기를 듣는 소통의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피해 교원의 피해 회복을 중심으로 한 관점의 변화를 통해 학교는 갈등이 생겼을 때 잘못한 학생을 처벌하는 곳이 아닌 피해 교원의 피해를 회복하는 곳, 갈등이 생겼을 때 갈등을 통해 모두가 성장하는 곳이라는 신뢰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심어줄 때 학생인권과 교육활동은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와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교사들의 피해 회복 중심의 과정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왜 힘들어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학생과 학부모, 국민들이 잘 듣고 공감하여 문제의 심각성을인식해야 한다.


 두 번째,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회복적 질문을 통한 공감적 경청을 바탕으로 이 일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로 인해 본인은 어떤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성찰하며 자발적 책임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회복적 질문은 자신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발생한 피해와 그에 대한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생각하도록 돕는다. 장기적으로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당사자 간 대화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를 조성하여 교사, 학생, 학부모 누가 되었든 잘못을 한 사람은 피해자의 피해가 무엇인지 직면하고 존중과 책임, 공감과 인정을 통해 스스로 피해 회복 책임을 지는 교육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진심어린 인정과 사과, 신뢰할만한 재발방지 약속은 학생-교원-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모두의 학교’의 비전을 이루는 초석이 될 것이다.


 세 번째, 교육시스템의 지원을 강화하고 교사들에게 적절한 교육과 지원을 제고함으로서 교육공동체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교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학생에게 벌을 부과하는 것만으로 교사의 모든 필요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갈등이 정의롭게 해결된다는 것은 처벌을 넘어 그 일로 영향과 피해를 본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가 충분히 다뤄지고 최대한 채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관계가 공동체 형성의 중심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교육 3주체는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피해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학교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학생 인권과 교권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생의 성장을 돕는 일이다. 한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선 자신이 사회 여러 구성원과 관계 맺으며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인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벌을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보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도록 자발적 책임의 기회를 주는 것이 교육공동체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생의 권리가 소중히 여겨지고 지켜지는 교육공동체가 될 때 교권도 회복될 것이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회복 및 보호강화 종합방안>을 기초로 교육 3주체의 상호존중 문화 조성을 위하여 학생을 통제 대상만으로 보는 관점에서 교원의 필요와 욕구를 중심으로 학생들과 학부모의 필요와 욕구를 반영한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갈등 당사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관계회복 프로그램 지원을 제도적으로 도입하여, 피해 교원의 피해와 필요를 충분히 경청하고, 학생의 자발적 책임의 기회를 제공하여 교육공동체의 재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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