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지원법과 난민법, 그리고 회복적 정의
황태진 회복적정의연구소 연구원
키워드 : 다문화가족지원법, 난민법, 이주여성
내가 살고 있는 경남 사천시에는 결혼이주여성 또는 일자리를 찾아 사천에 온 이주민들이 꾸미는 글로벌 다문화 플리마켓 ‘마켓만나’가 열리곤 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태국 등 나라별로 부스가 세워지고, 독특한 이국 요리가 손님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의 한 축으로서 지역민과의 상생과 화합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사천에는 다문화통합지원센터가 있어서 협동조합 ‘요리조리 아시아’를 통해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등 다문화 가정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한국 사회는 단일민족 사회라는 환상을 깨고 명실상부한 다문화 사회로 진입 중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가 공개한 ‘2023년 12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외국인은 전년 대비 11.7% 증가한 250만7584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20년(15만3361명)부터 최근 4년간 꾸준히 증 가해 22만6507명을 기록했다. 출신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6만7439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베트남(3만 7940명), 우즈베키스탄(8608명), 몽골(7348명), 일본(5733명), 미국(3369명), 프랑스(2556명) 순이 었다.
올해에는 ‘다인종·다문화 국가’ 기준 5% 돌파가 예상된다.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공동체 소멸을 걱정하는 가운데 외국인이 한국 사회 곳곳에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인력 부족 때문에 계절노동자를 받지 않으면 농어촌과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형편이고, 대학들은 외국 유학생을 받지 않으면 유지가 어려울 정도다. 다문화 사회는 한 국가 안에 다른 인종·민족·계급 등 여러 집단이 지닌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었다.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 목적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및 편견을 예방하고 사회구성원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다문화 이해교육을 실시하고 홍보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현재 많은 지자체가 결혼이 민자 등이 지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적응교육과 직업교육·훈련 및 언어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한국어교육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 안에도 차별이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다문화 가족 내 성 불평등 실태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내 아내가 가사를 전담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가사 항목별로 70∼80%대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중국(한국계 제외), 필리핀, 베트남 출신 아내 500명과 한국인 남편 257명을 대상으로 식사준비, 세탁, 집안청소를 누가 맡고 있는지 설문 조사를 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부부간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조사 대상자 가운데 생활비 지출, 재산 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을 모두 남편이 한다는 비율이 각각 40.4%, 50.8% 였으며 아내가 한다는 비율은 26.8%, 14.6%로 적었다. 다문화가정의 성불평등은 여전히 심각해 보인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이 민주적이고 양성평등한 가족관계를 누릴 수 있도록 가족상담, 부부교육, 부모교육, 가족생활교육 등을 추진할 의무가 있다. 이 경우에 문화의 차이 등을 고려한 전문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도 있다. 그리고 지원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결혼이민자등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다국어에 의한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한국 사회에 편입되는 이주민들 중에는 극소수이긴 하지만 난민도 포함된다. 그러나 한국은 난민에 대해 인색한 나라로 손꼽힌다.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 만 1만8838명의 난민신청자가 있었지만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정착한 사람은 101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 정도로 OECD 평균 24.8%에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뒤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제식민지와 6.25전쟁을 겪으며 난민의 나라로 불렸던 한국 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2013년 독립적인 난민법이 제정되어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난민에 대하여 평등주의를 취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본인의 신청에 따라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에 따른 일정한 보호도 받는다. 법무부장관은 난민인정자에 대하여 한국어 교육 등 사회적응교육, 거주할 주거시설 지원,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법무부장관은 난민인정자가 원하는 경우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고, 생계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난민인정자에 대한 사회적응교육으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다.(난민법 시행령 제14조) 그러나 한국의 난민법 시행 10년 동안 한국의 비호를 구하러 온 난민들은 구금 시설에 갇히고, 난민 심사는 조작되며, 온갖 불평등한 권리의 제약 속에서 알아서 생존하도록 놓여 결국 거리로 나와 단식을 하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끊임없이 호소하고 있다. 인도적 체류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민이 인격체로 존중받고 정서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회복적 정의는 각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존중하고, 이해를 추구하며, 피해자, 가해자 및 공동체의 치유를 통해 사회적 화합을 촉진하는, 갈등에 대한 진화하는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회복적 정의는 사회적 취약계층과 소외계층의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놀라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 및 난민인정자에 대한 사회적응교육을 시행하는 경우에도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은 관용과 포용성을 확대하고 진실을 밝히며, 갈등에 대한 평화로운 의사표현과 해결을 촉진하는 한편, 다양성을 존중하고 지역사회의 책임 있는 실천의지를 북돋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다문화의 속도는 증가할 것이고,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시점에 회복적 정의는 평화로운 공동체의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과 난민법, 그리고 회복적 정의
황태진 회복적정의연구소 연구원
키워드 : 다문화가족지원법, 난민법, 이주여성
내가 살고 있는 경남 사천시에는 결혼이주여성 또는 일자리를 찾아 사천에 온 이주민들이 꾸미는 글로벌 다문화 플리마켓 ‘마켓만나’가 열리곤 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태국 등 나라별로 부스가 세워지고, 독특한 이국 요리가 손님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의 한 축으로서 지역민과의 상생과 화합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사천에는 다문화통합지원센터가 있어서 협동조합 ‘요리조리 아시아’를 통해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등 다문화 가정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한국 사회는 단일민족 사회라는 환상을 깨고 명실상부한 다문화 사회로 진입 중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가 공개한 ‘2023년 12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외국인은 전년 대비 11.7% 증가한 250만7584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20년(15만3361명)부터 최근 4년간 꾸준히 증 가해 22만6507명을 기록했다. 출신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6만7439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베트남(3만 7940명), 우즈베키스탄(8608명), 몽골(7348명), 일본(5733명), 미국(3369명), 프랑스(2556명) 순이 었다.
올해에는 ‘다인종·다문화 국가’ 기준 5% 돌파가 예상된다.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공동체 소멸을 걱정하는 가운데 외국인이 한국 사회 곳곳에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인력 부족 때문에 계절노동자를 받지 않으면 농어촌과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형편이고, 대학들은 외국 유학생을 받지 않으면 유지가 어려울 정도다. 다문화 사회는 한 국가 안에 다른 인종·민족·계급 등 여러 집단이 지닌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었다.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 목적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및 편견을 예방하고 사회구성원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다문화 이해교육을 실시하고 홍보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현재 많은 지자체가 결혼이 민자 등이 지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적응교육과 직업교육·훈련 및 언어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한국어교육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 안에도 차별이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다문화 가족 내 성 불평등 실태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내 아내가 가사를 전담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가사 항목별로 70∼80%대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중국(한국계 제외), 필리핀, 베트남 출신 아내 500명과 한국인 남편 257명을 대상으로 식사준비, 세탁, 집안청소를 누가 맡고 있는지 설문 조사를 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부부간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조사 대상자 가운데 생활비 지출, 재산 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을 모두 남편이 한다는 비율이 각각 40.4%, 50.8% 였으며 아내가 한다는 비율은 26.8%, 14.6%로 적었다. 다문화가정의 성불평등은 여전히 심각해 보인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이 민주적이고 양성평등한 가족관계를 누릴 수 있도록 가족상담, 부부교육, 부모교육, 가족생활교육 등을 추진할 의무가 있다. 이 경우에 문화의 차이 등을 고려한 전문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도 있다. 그리고 지원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결혼이민자등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다국어에 의한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한국 사회에 편입되는 이주민들 중에는 극소수이긴 하지만 난민도 포함된다. 그러나 한국은 난민에 대해 인색한 나라로 손꼽힌다.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 만 1만8838명의 난민신청자가 있었지만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정착한 사람은 101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 정도로 OECD 평균 24.8%에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뒤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제식민지와 6.25전쟁을 겪으며 난민의 나라로 불렸던 한국 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2013년 독립적인 난민법이 제정되어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난민에 대하여 평등주의를 취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본인의 신청에 따라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에 따른 일정한 보호도 받는다. 법무부장관은 난민인정자에 대하여 한국어 교육 등 사회적응교육, 거주할 주거시설 지원,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법무부장관은 난민인정자가 원하는 경우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고, 생계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난민인정자에 대한 사회적응교육으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다.(난민법 시행령 제14조) 그러나 한국의 난민법 시행 10년 동안 한국의 비호를 구하러 온 난민들은 구금 시설에 갇히고, 난민 심사는 조작되며, 온갖 불평등한 권리의 제약 속에서 알아서 생존하도록 놓여 결국 거리로 나와 단식을 하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끊임없이 호소하고 있다. 인도적 체류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민이 인격체로 존중받고 정서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회복적 정의는 각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존중하고, 이해를 추구하며, 피해자, 가해자 및 공동체의 치유를 통해 사회적 화합을 촉진하는, 갈등에 대한 진화하는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회복적 정의는 사회적 취약계층과 소외계층의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놀라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 및 난민인정자에 대한 사회적응교육을 시행하는 경우에도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은 관용과 포용성을 확대하고 진실을 밝히며, 갈등에 대한 평화로운 의사표현과 해결을 촉진하는 한편, 다양성을 존중하고 지역사회의 책임 있는 실천의지를 북돋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다문화의 속도는 증가할 것이고,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시점에 회복적 정의는 평화로운 공동체의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