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의 갈등조정 사례
임수향 회복적경찰활동 조정위원
키워드 : 다문화가정, 갈등조정, 회복적경찰활동
1. 다문화가정의 갈등조정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진행했던 사건 중에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오신 여성의 가정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한국 남성과 결혼했고, 한국에 온 지 17년이나 되었던 시점이었습니다. 남편이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내가 식당 같은 곳에서 일만 하면서 사셨다고 합니다. 남편은 아내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부 활동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셨는데, 그러다보니 주변에 친구도 없고 정서적으로 많이 외로웠다고 합니다. 한국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가족 간에 소통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 당시 자녀가 고등학생으로, 사춘기인 자녀와 남편이 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갈등이 자주 있었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아빠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라고 딸을 훈육했고, 남편에게는 자녀가 사춘기니까 이해해주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한국어가 서툴기도 하고 가부장적으로 자녀를 대하는 남편의 의식도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를 원활하게 나누거나 자녀를 훈육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사춘기 자녀와 갈등이 생기면 술을 마시고, 아내에게 욕을 하거나 폭행하면서 화풀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일로 경찰에 신고가 여러 번 반복되면서 갈등조정 대화모임 의뢰가 되었습니다. 사전모임 때 아내와 자녀가 같이 와서 긴 세월 동안 여러 차례 있었던 남편의 폭력적인 행동과 그로 인한 피해와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남편은 사전모임에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앞으로 본인이 잘하고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경찰서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크다고 하셨습니다. 본모임을 진행하는데 아내는 남편의 폭행 사실에 대해서 상당히 축소해서 말씀하였고, 남편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반복하셨습니다.
자녀는 아빠가 엄마를 함부로 대하고 폭행하는 것에 대해서 이러다가 엄마가 도망가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아내는 많이 놀라고 속상해 했습니다. 두 부부는 서로의 가치관이나 문화적 차이가 많았지만 자녀를 건강하게 잘 양육하고 싶은 마음은 같았습니다. 자녀의 대화모임 참여는 부부가 바라는 소망을 확인하고 이후의 가족 간의 약속을 정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내는 남편이 그 자리에 나온 것만으로도 이미 큰 변화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내는 그동안 힘들었지만 남편이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앞으로 가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자녀도 부모님의 마음과 생각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갈등조정 대화모임에서 사실관계 파악도 중요하지만 당사자들이 생각하는 실익을 위한 선택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2. 다문화가정의 갈등 사례에서 발견하시는 공통점에는 무엇이 있나요?
저는 베트남, 일본, 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서 오신 여성분과 한국인 남성분이 결혼한 다문화 가정의 갈등조정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사례들은 남편이 아내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행을 했던 상황들입니다. 공통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부부 간의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국적이 달라서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적이 같은 한국인 부부이든, 국적이 다른 부부이든 같은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소통이 어렵고 결혼생활이 힘들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와서 적응하고 사는 여성들이 얼마나 고되고 외로웠을지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한 그 사이에 자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도 관심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다문화가정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도 크겠지만 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아내에 대해 존중과 배려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국에서 힘들지만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는 나이 어린 아내에 대해 의심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기분이 상하면 갈 곳 없는 아내에게 나가라고 하거나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는 남편도 있었는데, 아내를 아내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해서, 중립적으로 말하며 진행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4. 갈등조정 말고도 그러한 가정에 필요한 지원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부 간에 나이 차이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문화적 인식의 차이가 많기도 합니다. 배우자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령 음식이나 그 나라의 풍토, 문화적 인식과 규범 등)가 있다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자녀들이 가정 내에서 안전하고 학교생 활에서도 소외되지 않도록 살피는 노력이 필요한데, 학교에서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다문화가정이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공동체 문화가 필요할까요?
위에서 말씀드린 베트남 여성이 사는 가정의 경우, 담당 경찰관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대상자분들을 모시고 왔다가 모셔다 드렸고, 한국어 표현이 어려웠던 아내를 위해 통역사를 섭외하여 함께 진행 했습니다. 또한 담당 경찰관이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꼭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사건을 발굴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관계기관에서는 다문화 가정에서 꼭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에 맞게 배려하고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을 교육해서 다문화가정이나 그 가족들을 편견 없이 존중한다면 더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문화가정의 갈등조정 대화모임은 담당 경찰관이나 진행자가 여러 가지로 신경쓰다 보니, 대화모임 이후에는 담당 경찰관과도 더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당사자분들이 손잡고 웃으면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뿌듯했고, 기여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든든하고 감사했습니다.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갈등뿐만 아니라도 많은 사람이 그런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갈등조정 사례
임수향 회복적경찰활동 조정위원
키워드 : 다문화가정, 갈등조정, 회복적경찰활동
1. 다문화가정의 갈등조정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진행했던 사건 중에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오신 여성의 가정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한국 남성과 결혼했고, 한국에 온 지 17년이나 되었던 시점이었습니다. 남편이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내가 식당 같은 곳에서 일만 하면서 사셨다고 합니다. 남편은 아내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부 활동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셨는데, 그러다보니 주변에 친구도 없고 정서적으로 많이 외로웠다고 합니다. 한국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가족 간에 소통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 당시 자녀가 고등학생으로, 사춘기인 자녀와 남편이 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갈등이 자주 있었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아빠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라고 딸을 훈육했고, 남편에게는 자녀가 사춘기니까 이해해주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한국어가 서툴기도 하고 가부장적으로 자녀를 대하는 남편의 의식도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를 원활하게 나누거나 자녀를 훈육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사춘기 자녀와 갈등이 생기면 술을 마시고, 아내에게 욕을 하거나 폭행하면서 화풀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일로 경찰에 신고가 여러 번 반복되면서 갈등조정 대화모임 의뢰가 되었습니다. 사전모임 때 아내와 자녀가 같이 와서 긴 세월 동안 여러 차례 있었던 남편의 폭력적인 행동과 그로 인한 피해와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남편은 사전모임에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앞으로 본인이 잘하고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경찰서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크다고 하셨습니다. 본모임을 진행하는데 아내는 남편의 폭행 사실에 대해서 상당히 축소해서 말씀하였고, 남편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반복하셨습니다.
자녀는 아빠가 엄마를 함부로 대하고 폭행하는 것에 대해서 이러다가 엄마가 도망가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아내는 많이 놀라고 속상해 했습니다. 두 부부는 서로의 가치관이나 문화적 차이가 많았지만 자녀를 건강하게 잘 양육하고 싶은 마음은 같았습니다. 자녀의 대화모임 참여는 부부가 바라는 소망을 확인하고 이후의 가족 간의 약속을 정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내는 남편이 그 자리에 나온 것만으로도 이미 큰 변화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내는 그동안 힘들었지만 남편이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앞으로 가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자녀도 부모님의 마음과 생각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갈등조정 대화모임에서 사실관계 파악도 중요하지만 당사자들이 생각하는 실익을 위한 선택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2. 다문화가정의 갈등 사례에서 발견하시는 공통점에는 무엇이 있나요?
저는 베트남, 일본, 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서 오신 여성분과 한국인 남성분이 결혼한 다문화 가정의 갈등조정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사례들은 남편이 아내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행을 했던 상황들입니다. 공통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부부 간의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국적이 달라서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적이 같은 한국인 부부이든, 국적이 다른 부부이든 같은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소통이 어렵고 결혼생활이 힘들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와서 적응하고 사는 여성들이 얼마나 고되고 외로웠을지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한 그 사이에 자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도 관심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다문화가정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도 크겠지만 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아내에 대해 존중과 배려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국에서 힘들지만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는 나이 어린 아내에 대해 의심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기분이 상하면 갈 곳 없는 아내에게 나가라고 하거나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는 남편도 있었는데, 아내를 아내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해서, 중립적으로 말하며 진행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4. 갈등조정 말고도 그러한 가정에 필요한 지원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부 간에 나이 차이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문화적 인식의 차이가 많기도 합니다. 배우자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령 음식이나 그 나라의 풍토, 문화적 인식과 규범 등)가 있다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자녀들이 가정 내에서 안전하고 학교생 활에서도 소외되지 않도록 살피는 노력이 필요한데, 학교에서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다문화가정이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공동체 문화가 필요할까요?
위에서 말씀드린 베트남 여성이 사는 가정의 경우, 담당 경찰관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대상자분들을 모시고 왔다가 모셔다 드렸고, 한국어 표현이 어려웠던 아내를 위해 통역사를 섭외하여 함께 진행 했습니다. 또한 담당 경찰관이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꼭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사건을 발굴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관계기관에서는 다문화 가정에서 꼭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에 맞게 배려하고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을 교육해서 다문화가정이나 그 가족들을 편견 없이 존중한다면 더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문화가정의 갈등조정 대화모임은 담당 경찰관이나 진행자가 여러 가지로 신경쓰다 보니, 대화모임 이후에는 담당 경찰관과도 더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당사자분들이 손잡고 웃으면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뿌듯했고, 기여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든든하고 감사했습니다.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갈등뿐만 아니라도 많은 사람이 그런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