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업무협약 인사말

정용진 이사

※ 편집자 주. 본 글은 지난 4월 17일 경찰청-전문기관 회복적경찰활동 업무협약식에서 협회의 대표로 참석한 정용진 이사의 인사말입니다. 

때로는 제도가 사람들의 의식수준과 생활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릇이 있어야 내용이 담기는 이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회복적 경찰활동은 단순히 경찰단계에서 시행하는 사법절차의 대안적 프로그램이 아니라 크게 보면,  사람들이 갈등을 다른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가능성. 말하자면, 갈등 당사자가 직접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풀고, 나아가 이를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거대한 소비사회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더불어 살기 위한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 유능한 소비자로 남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의 권리와 이익관계를 먼저 보호하고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사회는 공공영역에서 시민은 사리지고 소비자만 남았으며, 공동의 이익을 위한 상생의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의 이익을 위한 상극의 대립사회로 흘러가는 실정입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우리의 형사사법제도는 응보주의에 기반하고 당사자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 과정에서 이런 개인간의 대립이 절차상 정당화되고 확대된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번에 시도되는 회복적 경찰활동은 제도권 안에서 공식적인 문제해결을 대립과 처벌의 응보적 방식이 아니라 피해회복과 협력을 중심에 둔 회복적 사법을 적용하는 것이기에, 먼저는 이 과정에 참여하는 개별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상생의 공동체로 가기 위한 평화적 갈등해결의 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경찰단계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일이고, 시행하는 중에 많은 어려움도 겪겠지만, 개별 프로그램의 성공이나 성과에 집중하기 보다 큰 틀에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안전한 공동체를 세우는 과정도 함께 주목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를 위한 좋은 그릇을 만들기 위해 이런 시도를 계획하고 결정해 주신 경찰청장님과 직원들께 감사드리고, 협력하는 단체로서 저희도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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