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19 국면에서 '깡' 있는 회복적 교사로 살아가기_심희보(파주 와석초등학교)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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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면에서 '깡' 있는 회복적 교사로 살아가기



심희보(파주 와석초등학교/한국회복적정의협회 학교연구회 회장)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주인공 없는 학교의 무대 위 화려한 조명은 그 빛을 잃은 지 오래다. 2020년의 봄은 여느 해와 다르게 가슴 설레는 32일의 첫 만남도 없었고, 학교의 구석구석 어디에서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학교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어색하고 당혹스러운 모양새로 변해갔고 이내 교사들은 평범했던 학교의 일상을 그리워했으며, 언제일지 모를 그날을 고대하며 마냥 아이들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어갔다.

 

올해 내 학급에 배정된 아이들과의 끈은 어떻게 부여잡아야 하지? 담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3,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며 전화기 너머의 아이들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화 상담을 시작했고 각 학교에서는 온라인 클래스나 e학습터 등을 통해 수업자료의 탑재 방식과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에 바빴다. 그런 준비를 하며 또다시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지만 등교 개학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와 함께 잠정적으로 또 연기가 되었다.

 

개나리와 철쭉이 만발하던 4월에도 우리는 아이들을 만날 수 없었고 오랜 기다림 끝에 교육부의 시책으로 온라인 수업 준비 체제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또한 참으로 당황스럽고 긴장되는 수업방식이었으나 처음의 걱정과는 다르게 수업자료를 준비하며 적응해가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은 일이 되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주어진 환경에 익숙함은 더해 갔지만 주인 없는 빈 교실에서 온전히 컴퓨터를 향한 채 마우스만 열심히 클릭해대는 교실의 진풍경은 누가 봐도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학교의 모습이었다.

 

드디어 6월이 되었고 걱정 반 설렘반 속에서 등교 개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 얼굴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는데 어느새 교실 안은 마스크와 가림판, 각종 소독제 비치로 거리두기 무장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등교 개학 첫날, 아이들과의 참으로 어색했던 만남을 잊지 못한다.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한 아이들, 각종 소독제와 방역으로 단단히 무장한 교실...

마스크는 아이들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의 마음도 가리고 있지는 않았을까? 마스크 위로 사뭇 긴장된 아이들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적은 인원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한 수업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열심히 온라인 수업에 따른 수업결손을 보충하는 지도를 받았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서먹하고도 긴장된 분위기를 서로 느끼면서도 아이들은 그렇게 등교 수업에 익숙해져 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교사인 나는,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 때마다 고민들이 늘어만 갔다.

예전의 수업과 달라진 것은 뭐지? 수업에서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예전의 모습과 달라진 저 아이들의 표정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아이들은 지금 행복할까?

학교는 학생들에게 행복감, 소속감을 주는 동시에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었던가?

지금 우리의 학교, 우리의 교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이론과 정보를 전달하는 측면에서는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정서적 교감, 전인적 성장 활동 등의 측면에서는 온라인 교육의 한계점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온라인 수업은 미래교육의 보조수단일뿐 본질은 아니라는 생각에 교사인 우리들은 깊이 고민한다. 정말 쉽지 않은 국면에 처해 있지만 이 위기의 시대를 공동체 정신으로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우리의 교육의 나아갈 방향이라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교사로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밀려왔다.

 

그러한 고민들 속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교실 안에서의 어색했던 수업형태가 당연한 수업방식으로 자리잡아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끔은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듯 혼란스러움에 빠져들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판단이 어려울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철학이 아닐까?

나는 7년째 아이들과 회복적 정의를 이야기하며 회복적생활교육을 실천해오던 교사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시에 쳐들어온 코로나19의 위력에 휘청거리며 교사로서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을 손 놓고 포기하는 심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나누던 수업들도, 서클의 힘을 느끼며 평화로운 공동체를 세우자고 다짐하던 아이들과의 약속들도 어느새 하나씩 둘씩 코로나19의 환경을 탓하며 접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이들과 아침 기분 나누기활동을 하던 중 한 아이의 말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학교에 와봤자 재미없어서 집에서 온라인수업이나 빨리 듣고 자고 싶어요.”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온라인 수업의 여유로움을 좋아했고 마스크와 거리두기 속에서 친구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저버린 지 오래인 것 같아 보였다.

 

그런 고민 이후, 나는 다시 예전의 우리 학급을 찾기로 결심했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 이전에 학생들이 성장하는 곳임을 상기시키며 아이들의 배움, 소통과 행복감, 소속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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