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회복적생활교육 강원도 춘천 이발희 회원님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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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의 회복적 정의 : 작은 벌새의 소망이 연구센터

이발희 회원님

     


제가 회복적 정의라는 개념에 빠지기 시작하게 것은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에 대해 ‘이것이 열쇠로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면서였던 것 같습니다. 
약 3년 동안 소년원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쉽사리 풀리지 않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잘못으로 인해 소년원에 들어왔는데, 그들의 첫 반응은 참회의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처벌권자에게 분노하고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이상한 것은 소년원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퇴원을 하는 청소년들조차도 반성을 할 때는 부모나 친척, 교사,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고통 중에 있는 피해자에 대한 반성은 거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본인은 자신이 행한 잘못보다 더 심한 형량으로 소년원의 처벌을 받고 있다고 억울해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책임은 소년원 생활로써 잘못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다 치렀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소년원에서 새로워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간 사회는 그들의 재범하지 않겠다는 결심과는 걸맞지 않게, 비행을 행했던 요소들이 그대로 방치된 채 환경은 바뀌지 않고 여전했습니다. 오히려 청소년기에 겪는 5~6개월의 격리 생활은 한국의 평범한 청소년의 삶으로 들어가기에는 더욱 열악한 조건이 되어, 소년원 퇴원생들을 사회로부터 더 멀어져가는 소외집단으로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교정시설을 만든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결과인 것입니다. 


회복적 정의를 만나면서, 자발적인 책임은 재범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게 되었고, 특별히 청소년들에게 자발적인 책임을 통해서 용서를 경험하고 사회로 재통합되는 배움의 기회를 만드는 것은 어른들이 해야 할 중요한 몫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아마 2013년 봄이었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 서울, 양평, 분당 등을 쫓아다니면서 외롭게 흥분하던 때였습니다. 어떻게든 좋은 워크숍을 춘천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때마침 2014년 봄부터 한림대학교 링크 사업단의 도움으로 회복적 정의 교육을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회복적 정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모두 낯설어하므로 지인을 중심으로 한림대학교 학생들과 학교 상담 선생님들, 사회 복지사를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 했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 봄에는 회복적 서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강원도 경찰청과도 연계가 되었고, 법원의 화해권고위원으로도 임명받았습니다. 가을에는 강원도 교육청의 장학관님과 장학사님의 워크숍 참여가 계기가 되어, 2016년에는 한림대학교가 강원도 특수교육 연수교육기관으로서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교사 연수를 받은 선생님들은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다가 2017년에는 조정전문가 과정을 마치면서 본격적으로 교사 연구회 형식의 정기적인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조정 훈련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계획 중이며, 이러한 저변의 확대로 인해 한림 대학교에서는 ‘링크+’라는 산학 협력단 산하에 ‘지역사회 갈등전환센터(가칭)’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2017년 7월 중에 정식으로 발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9월부터는 외부의 요청에 의한 회복적 정의 실천 활동을 정식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즐거운 작은 소망을 가슴에 품고만 있었을 뿐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벌새의 작은 소망이 하나의 연구센터로 드러나기도 하네요. 이는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신 교수님들과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의 격려와 지지 덕분인 것 같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분들입니다. 적시에 꼭 필요한 도움들을 주셨습니다. 결국 이는 저 혼자만의 소원이 아니며, 우리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으로 원하는 일이었고, 이미 애쓰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먼저 손 내밀어 함께 하자고 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누군가가 나의 손을 기다리고 있음을 믿고, 낯설지만 용기를 가지고, 먼저 손 내밀어 함께 가자고 권하는 일을 시작할 때인 것 같습니다. 잘 닦이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 지나간 사람이 없는 낯선 길, 이정표가 없는 길일 것이기에 더디고, 넘어져 다치고, 제 방향인지 의심하게 하는 혼돈스러운 길입니다. 그러므로 이 길엔 함께 소통하며, 나아갈 방향을 잡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박수쳐 주는 이들이 필요합니다. 


이제 춘천의 ‘지역사회 갈등전환 실천연구센터(가칭)’는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과 함께 그들의 손을 이어주고, 격려하고 지원하는 평화로운 마을 쉼터로 성장하여 강원도의 회복적 정의 운동의 허브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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