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2주기에 ‘다시는’ 말할 자격 [시사인 박누리(<월간 옥이네> 편집장) 2025.08.03]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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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참사 2주기에 ‘다시는’ 말할 자격

한국은 서울보다 큽니다. 전국 곳곳에서 뉴스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지역 언론인들이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전국 인사이드’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시사인 박누리(<월간 옥이네> 편집장) 202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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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약속, 반가웠죠. 그렇지만 반만 믿으려고 합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앞두고 7월11일 열린 유가족·생존자 초청 토크콘서트에서 나온 말이다. 이 한마디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압축한다. 무단 철거된 제방, 부실한 임시 복구, 사전 경보 미작동과 컨트롤타워 부재. 복합적인 실패가 겹쳐 만들어진 인재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추모’를 둘러싼 갈등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6월 새 정부 출범은 분명 변화를 가져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직접 언급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 재추진을 공언했다. 오랫동안 외면받아온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신호였다.


그러나 “반신반의”라는 피해자들의 감정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세월호 11년, 이태원 3년, 그리고 수없이 반복돼온 참사의 교훈은 명확하다. 화려한 말 뒤에는 냉정한 망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실천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약속은 언제든 ‘소모성 추모’로 전락할 수 있음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불신은 올해 2주기를 앞두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더욱 깊어진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김현기 청주시의장의 추모 기간 중 음주 논란이 대표적이다. 충북도가 직접 “애도 기간 중 음주 자제”를 요청해놓고도, 정작 지역 수장들이 이를 어기며 술자리를 가졌다. 단순한 촌극이 아니라 공적 책임감의 부재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희생자 기억의 길’ 추모 현판 설치 돌연 연기돼


‘오송 참사 희생자 기억의 길’ 추모 현판 설치 논란은 더욱 가관이다. 설치 하루 전날, 충청북도는 돌연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라며 일방적으로 설치를 연기했다. 그사이 참사 현장 주변에는 유가족과 피해자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내걸리며 2차 가해가 벌어졌다. 추모 현판 하나 제대로 걸지 못하는 상황은, 결국 충청북도의 책임 회피가 불러온 행정적 방기의 결과다.


이범석 청주시장의 태도도 다르지 않았다.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7월14일, 그는 전 직원에게 “앞으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청주를 만들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그 말 어디에도 참사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 의식은 없었다. 그는 참사 당일 안전관리·감독 소홀로 중대재해처벌법(시민재해치사) 위반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된 당사자다. 유가족과 시민이 원하는 것은 형식적인 추모가 아니라, 책임을 통감하는 공직자의 태도다. 말은 있지만 책임이 없는 유체 이탈 화법은 신뢰를 얻지 못한다.


“반만 믿겠다”라는 말은, 정치와 행정이 얼마나 오랜 시간 시민의 신뢰를 저버려왔는지를 보여주는 냉정한 진단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잔치가 아니다. 권력의 책임 있는 이행, 구체적인 제도 개혁, 지속 가능한 안전 시스템의 구축이다. 정치가 책임을 지지 않고 행정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시민의 감시와 분노도 결국 무력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참사 현장 방문에 이어 유가족과 만나 정부의 의지를 표명했다. 그것마저 또 기념사진 한 장으로만 남는다면, ‘반신반의’는 곧 완전한 불신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고, 제도를 고치며, 책임을 끝까지 묻는 정치만이 진짜 추모다.


국가는 시민의 생명과 존엄을 지킬 최종 책임자다. 그 책임을 외면한 채 반복된 참사 앞에 “다시는”을 말할 자격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참사 이후의 ‘반신반의’를 ‘온전한 믿음’으로 바꿔가는 일. 그것이야말로 가장 먼저, 그리고 끝까지 해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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