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스토리

회복적정의실천센터는 다양한 영역에서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 회복적 정의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회복적정의 실천센터에서 진행한 실천사례

"몰라요"에서 "좋았어요"로 l 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사단법인 한국회복적정의협회
2024-10-28
조회수 477

"몰라요"에서 "좋았어요"로

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회복적정의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 진행



“몰라요.”

“없어요.”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이 자리에 왔는지 묻는 질문에 냉랭한 답변이 툭하고 떨어집니다. 굳은 표정 뒤에 감추인 십대 청소년들의 경계심과 짜증이 표출되는 순간입니다. 아이들 곁에 앉은 보호자들의 얼굴에도 수치심과 고단함이 묻어납니다. ‘과연 이들의 마음에 연결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마음을 열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회복적정의실천센터는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의뢰로 회복적정의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회복적 신뢰서클 집단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경기도 양주시 옥정동에 위치한 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법원의 수강명령을 받은 십대 청소년 네 명과 보호자 세 분을 3일간 9시간에 걸쳐 만나고 왔는데요. 윤구식 소장을 비롯해 도영민, 임영민, 서경희 회원이 진행자로 함께 했고, 김혜경, 박은영, 김은석 회원이 협력 진행자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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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낀 하늘만큼이나 무거웠던 분위기는 공동체 놀이, 아이들과 보호자들을 분리해 따로 진행한 서클 대화와 클레이 활동 등을 거치며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특히 보호자들은 아이들의 문제 행동으로 받은 영향을 나누고, 아이들과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서로 공감했고, 진행자들에게 신뢰를 느끼며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품은 듯했습니다. 다시 한 자리에 둘러앉아 가족과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만든 클레이를 설명할 때는 약간의 온기도 감돌았습니다. “가슴 속에서 돌맹이 하나가 빠져 나온 것 같다"고 첫날의 소감을 나누어 주셨던 보호자 한 분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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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모임 장소로 들어오는 아이들과 보호자들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입니다. 여는 서클을 진행한 도영민 회원이 정성껏 꾸민 센터피스는 참가자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도록 이끌었습니다. 아이들의 나눔은 여전히 단답형이었지만, 다채로운 풍경 사진들에 비추어 자신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보호자들의 말투와 표정은 첫날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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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변화는 공동체놀이 시간에 드러났습니다. 임영민 회원의 진행을 따라 스티커 놀이를 했는데요. 첫날 허리가 아프다며 놀이에서 빠져 한쪽에서 멀뚱히 구경만 했던 친구가 언제 허리가 아팠었느냐는 듯 열심히 가위바위보를 하며 다른 참가자들 팔목에 스티커를 붙입니다. 표정이 유독 굳어 있던 한 친구는 “저랑 해요" 하며 진행자 선생님들에게 먼저 가위바위보를 청합니다.


한층 맑아진 분위기 속에서 윤구식 소장이 시나리오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세 모듬으로 나뉘어, 서로 머리를 맞댔습니다. 고등학생들이 요양 보호 시설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노인분에게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사건에 대해 듣고, 모듬별로 피해자/가해자/관계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봤습니다. 각각 어떤 어려움과 피해를 겪었을지, 회복을 위해 어떤 필요를 느꼈을지 의견을 나누어 정리하고, 발표하는 활동이었는데요. 가해자 입장 모듬에 참여한 한 친구가 “사과를 받아주지 않더라도 피해자를 찾아가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어서 윤구식 소장이 ‘엘마이라 사건’ 관련 영상을 토대로 ‘회복적 정의'가 무엇인지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둘째 날 프로그램을 마쳤습니다. 보호자 한 분은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인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첫날 마음을 열지 않던 한 친구에게 “솔직히 쫄았었다"고 고백했던 진행자 선생님은 “처벌 혹은 처분으로 생각하며 왔던 아이들이 오늘은 교육과 만남으로 생각하며 참여했던 것 같다"고 둘째 날 교육 후기를 나누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는 여는 서클과 공동체놀이 시간이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친구들도 단답식이었던 나눔에 한두 마디를 더 얹습니다. 부쩍 친근해졌기 때문일까요? 서경희 회원이 준비한 ‘생일 의자 앉기’ 놀이가 순식간에 끝납니다. 말하지 않아도 눈짓 손짓으로 자기 생일이 언제인지 누구 생일이 더 빠르고 늦는지 척척 맞춥니다. 두 사람이 짝을 이뤄 등을 맞대고 한 색종이 자르기 놀이에서도 이심전심 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집니다. 이제는 모임 공간에 활기마저 느껴집니다.


사실 모임이 시작되기 전, 이번 프로그램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일대일 대화와 가족 대화를 앞둔 진행자들 사이에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겪은 사건과 가족 간 갈등에 대해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데, 대화 자리에서 아이들과 보호자들의 마음이 다시 닫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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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였습니다. 아이들은 성실하게 ‘모두의 회복을 위한 성찰문’을 작성했습니다. 진행자 선생님에게 자신이 저지른 일을 솔직하게 공유해 주었고, 자신이 이번 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걱정되거나 이해받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그 피해와 영향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나에게 필요한 도움은 무엇인지, 이번 일로 배우게 된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나누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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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가족 대화에서 보호자와 아이들은 가정으로 돌아가 함께 지켜갈 존중의 약속을 만들었습니다. 서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실제로 꼭 지켜낼 자신이 있는 내용들을 꾹꾹 눌러쓴 뒤, 약속문 맨 아래에 서명도 했습니다. 어쩌면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약속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약속을 만들기까지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나눈 대화는 기존과 달랐습니다.


“저 오늘 OO이 잇몸을 봤어요!” 일대일 대화와 가족 대화를 진행한 도영민 회원의 자랑에 마무리 서클을 위해 모인 모두가 함박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결코 누구 앞에서 웃음 짓지 않을 것 같던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길고 지루한 시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쉬움이 든다"며 이런 자리가 또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아이에게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안 된다는 마음 사이에서 잠시 난감해하던 보호자 분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즐거웠어요.”

“재밌었어요.”

“좋았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짧았지만, 편안해진 얼굴과 부드러운 말투에서 진심을 느꼈습니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이 아이들과 보호자들의 일상에 회복의 물꼬를 튼 소중한 계기로 오래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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