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스토리

회복적정의실천센터는 다양한 영역에서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 회복적 정의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회복적정의 실천센터에서 진행한 실천사례

'회복적 교도소' 가는길 l 2024. 11.6 - 12.11 l 총 4회기 프로그램.

사단법인 한국회복적정의협회
202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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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교도소' 가는길 l 2024. 11.6 - 12.11 l 총 4회기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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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외룡리에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길이 있습니다. 아가페길. 조건없는 사랑을 뜻하는 그리스어 이름을 지닌 이 길의 끝에 국내 유일의 민영교도소 소망교도소가 있습니다. 소망교도소는 교정 영역에서 회복적정의 패러다임을 적용하려는 흔치 않은 교도소입니다. 지난해 11월 한국회복적정의협회와 MOU를 체결하고,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회복적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가을과 지난 봄에 이어 소망교도소의 세 번째 회복적정의 프로그램이 지난 11월 6일부터 12월 11일까지 4회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이를 위해 회복적정의실천센터는 열 명의 실천가들과 아가페길을 따라 올라가 70여 명의 수용자들을 만났습니다. 수용자들에게 회복적정의 패러다임을 소개하고픈 마음에 멀리 울산과 대구, 세종에서 새벽 어스름을 뚫고 달려온 실천가들도 있었습니다. 


실천가들이 만난 70여 명의 수용자들은 평소 미술반, 음악반, 인문반에서 공과 활동을 해 온 분들이었는데요. 이미 회복적정의 프로그램을 경험한 분도 있었고, 이번에 처음 접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실천가들 역시 앞서 프로그램 진행 경험이 있는 분이 있는가 하면 이번에 소망교도소를 처음 방문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유경험 실천가와 미경험 실천가가 적절한 비율로 한 조를 이루어 세 반으로 흩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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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재단이 법무부의 감독하에 운영하고 있는 소망교도소에서는 수용자들을 “형제님”이라고 부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하는 서늘한 분위기의 교도소와는 달리 시설 내부의 분위기도 훈훈합니다. 그럼에도 수용자들을 처음 만나러 가는 실천가들의 마음은 긴장됩니다. 조심스럽게 인사하며 공과반에 들어서자 실천가들을 기다리고 있던 수형자들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교육 준비를 하는 실천가들에게 따듯한 원두 커피(네! 소망교도소 수용자들은 원두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를 가져다 준 수형자도 있었습니다. 수의를 입었을 뿐 평범한 동네 청년, 동네 아저씨 같은 분들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회복적정의 프로그램을 처음 접하는 수형자가 많았던 반은 긴장감이 누그러들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회복적정의라는 프로그램 이름에 반감을 느끼시는 분도 계셨고,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 아니냐며 공동체놀이 참여에 미온적인 분들도 계셨다고 하네요. 서클로 둘러앉는 게 너무 불편하다며 볼멘소리를 내는 분도 있었답니다. 


크게 강의와 실습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통해 수형자들은 회복적정의의 개념을 소개받고, 회복적정의 패러다임으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같은 모둠이 된 수형자들끼리 머리를 맞대어 서클을 기획하고, 직접 실습해 보았고요. 각 반별로 존중의약속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교도소 생활 중에 적용할 회복적 질문을 만들어 보고 공감적 듣기도 연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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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마지막 순서로 형제님들의 소감을 들었습니다. 


“피해자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형제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끌어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회복적질문과 대화 절차에 대해 배운 대로 딸아이와 편지를 통해 소통해 봤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다. 아내가 ‘도대체 안에서 뭘 배웠길래 이럴 수 있느냐?’고 물어 뿌듯했다.

“남자 스무 명이 둘러 앉아 얘기하는 게 재밌을까 걱정됐는데, 재밌었다.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한국 사람인데 한국말로 소통하는 게 참 어렵다. 상대에게 어떻게 나를 표현하고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지 배웠다.”

“프로그램이 더 길게, 상설 교육 과정으로 진행되면 좋겠다.”

“(회복적정의 전문가) 자격증 따고 싶다.”


물론 모든 수형자들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반에 회복적정의에 대한 설명이 더 자세히 제공되었으면 했다는 수형자도 계셨고,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내용을 접해 따라가기 버겁다는 수형자도 계셨습니다. 반 특성에 따라 집중도와 참여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교육 시간 내내 시큰둥한 분들도 있었고, 장난스럽게만 접근하시는 분도 계셨지요. 하지만 말똥말똥한 눈으로 집중해서 들으시고, 실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시는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 눈빛을 마주할 때 가장 큰 힘을 얻는 것은 바로 실천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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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교도소 회복적정의 프로그램에 두 번째로 함께한 이인호 회원은 매번 수용자들에게 환대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참여한 최은영 회원은 두 번째 시간까지 서클 시간에 입을 떼지 않던 수형자가 세 번째부터 말문을 여시더니, 마지막 시간에는 가장 먼저 토킹스틱을 손에 쥐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백승미 회원은 3,4회기 교육 때 특송을 들려준 음악반 수형자들의 노랫소리에 눈물샘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소망교도소의 회복적정의 프로그램은 2025년에도 이어질 예정입니다. 마지막 날 실천가들과 간담회를 가진 김영식 소장은 앞으로 소망교도소를 진정한 의미의 회복적 교도소로 세워 갈 꿈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김 소장은 회복적정의 패러다임이 수용자가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하고 가족들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관심 있는 수용자들이 회복적정의를 더 깊이 있게 배우도록 지원해, 향후 교도소 내에서 회복적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강사를 도와 다른 수용자들을 이끌어 나갈 역량을 갖추게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온수 샤워를 주1회 밖에 못해서 힘들다는 수형자들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비록 온수를 제공해 드릴 수는 없었지만, 이번에 실천가들과 함께 회복적정의를 배운 경험이 수형자들의 일상 가운데 온기를 불어 넣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실천센터는 지난 세 차례의 프로그램을 톺아보며 더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내년에도 수형자들과 반갑게 만날 준비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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