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했던 것들 2025 제주소년원 회복적정의 프로그램 진행 6월 24-25일
“손님 여러분, 기류가 불안정합니다. 좌석벨트를 맺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십시오.” 제주행 비행기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기장은 무심한 말투로 제주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지금처럼 기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실천센터는 지난 6월 24일과 25일 제주소년원을 찾아 회복적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왔습니다. 2023년, 2024년에 이어 세 번째 방문입니다. 어느덧 제주소년원에 가는 길은 익숙해졌지만, 비행 내내 기체를 흔들었던 난기류처럼 마음 한편을 떨리게 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제주소년원의 모든 보호소년들을 대상으로 공동체서클을 진행하는 데 따른 기대감과 긴장감이 그것입니다.
24일과 25일 오후에는 갈등이 있는 두 보호소년을 대상으로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했고, 25일 오전에는 22명의 보호소년과 공동체서클을 진행했습니다. 제주소년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전체 보호소년을 대상으로 회복적정의 실천 프로그램을 경험해보는 특별한 시간이었는데요. 제주지부에서 활동하는 이주하, 정현량, 하현용 회원이 진행자로 함께해, 지역의 회원들이 지역 내 새로운 실천 현장과 만나는 시발점으로서의 의미도 있었습니다.
여느 고등학교에 있는 체육관과 별다를 것 없는 체육관 겸 강당에 운동복 차림의 보호소년들이 선생님들의 인솔을 따라 들어옵니다. 처음 접하는 프로그램에 처음 만나는 외부 선생님들까지 모든 게 낯설어서일까요. 아니면 소년원 생활이 힘들어서일까요. 둥글게 세팅해 놓은 의자에 둘러 앉은 보호소년들의 표정이 조금은 굳어 있습니다. 어쩌면 십대 후반 남자 청소년들이 짓는 표정의 기본값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큰 바람이 불어와’라는 공동체놀이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해 봅니다. 처음에는 능력자가 바람을 일으켜도 움직임이 뻣뻣하던 보호소년들의 발걸음이 바람을 호출하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빨라집니다.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서로 농담도 던지면서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이 늘어납니다.
제주소년원은 직업 훈련에 따라 두 개의 반으로 나뉘어 보호소년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직업 훈련을 함께하는 친구들끼리 방도 같이 쓰고, 일상생활도 함께합니다. 커다랗게 만들었던 하나의 원을 두 개로 나누어 각 반별로 서클을 진행했습니다. 소년원 생활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기에 적절한 주제 질문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은 때를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보호소년이 범죄행위를 하기 전이라고 대답합니다. 아예 아기 때로 되돌려 인생 자체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친구도 몇몇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삶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온 삶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일까요?

그리운 눈빛으로 엄마가 만들어준 미역국, 할머니가 차려준 밥을 소울푸드라고 말했던 친구들의 목소리도 떠오릅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노는 것도 자유롭지 않은 소년원 생활이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지내자고 부탁하던 친구의 진중한 표정도 기억에 남습니다. 낯이 익은 한 친구가 자기 인생에서 힘들었지만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경험으로, 지난해 가을 회복적 대화모임을 통해 친구와의 갈등을 대화로 풀었던 일을 언급할 때는 반가움과 뿌듯함이 차올랐습니다.
질문마다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단답식 답변으로 자기 차례를 서둘러 넘어가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 이야기를 듣는 게 답답하고 지루하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소감으로 평소 듣지 못했던 형, 동생,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25일 오후에 진행된 회복적 대화모임 본모임에서는 한 편의 브로맨스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방을 쓰면서 소년원 안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던 두 보호소년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서로의 감정을 험한 말로 표현하다가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가 징계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미 각자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갈등 상황과 사과 관련한 입장은 전혀 대립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발 방지를 위해 평소 함께 생활하며 불편했던 점이나 부탁하고 싶은 점을 나누는 데 중점을 두고 대화를 진행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한 친구가 평소 멋적어서 말하지 못했다며, 상대를 향한 깊은 우정을 자기만의 언어로 용기 내어 표현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상대 친구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감동을 받은 내색이 얼굴에 또렷했습니다. 소년원 안에서도 이런 우정이 피어날 수 있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소년원에서 24시간을 공유하는 친구들이지만, 사소한 것들이라도 서로 속마음을 나눌 기회는 많지 않은가 봅니다. 어느 공동체에서나 소통이 단절되면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갈등을 전환하고 피해와 영향에서 회복되려면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회복적정의 실천 프로그램을 통해 보호소년들에게 그런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제주소년원 정문을 나섰습니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 2025 제주소년원 회복적정의 프로그램 진행 6월 24-25일
“손님 여러분, 기류가 불안정합니다. 좌석벨트를 맺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십시오.” 제주행 비행기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기장은 무심한 말투로 제주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지금처럼 기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실천센터는 지난 6월 24일과 25일 제주소년원을 찾아 회복적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왔습니다. 2023년, 2024년에 이어 세 번째 방문입니다. 어느덧 제주소년원에 가는 길은 익숙해졌지만, 비행 내내 기체를 흔들었던 난기류처럼 마음 한편을 떨리게 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제주소년원의 모든 보호소년들을 대상으로 공동체서클을 진행하는 데 따른 기대감과 긴장감이 그것입니다.
24일과 25일 오후에는 갈등이 있는 두 보호소년을 대상으로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했고, 25일 오전에는 22명의 보호소년과 공동체서클을 진행했습니다. 제주소년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전체 보호소년을 대상으로 회복적정의 실천 프로그램을 경험해보는 특별한 시간이었는데요. 제주지부에서 활동하는 이주하, 정현량, 하현용 회원이 진행자로 함께해, 지역의 회원들이 지역 내 새로운 실천 현장과 만나는 시발점으로서의 의미도 있었습니다.
여느 고등학교에 있는 체육관과 별다를 것 없는 체육관 겸 강당에 운동복 차림의 보호소년들이 선생님들의 인솔을 따라 들어옵니다. 처음 접하는 프로그램에 처음 만나는 외부 선생님들까지 모든 게 낯설어서일까요. 아니면 소년원 생활이 힘들어서일까요. 둥글게 세팅해 놓은 의자에 둘러 앉은 보호소년들의 표정이 조금은 굳어 있습니다. 어쩌면 십대 후반 남자 청소년들이 짓는 표정의 기본값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큰 바람이 불어와’라는 공동체놀이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해 봅니다. 처음에는 능력자가 바람을 일으켜도 움직임이 뻣뻣하던 보호소년들의 발걸음이 바람을 호출하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빨라집니다.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서로 농담도 던지면서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이 늘어납니다.
제주소년원은 직업 훈련에 따라 두 개의 반으로 나뉘어 보호소년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직업 훈련을 함께하는 친구들끼리 방도 같이 쓰고, 일상생활도 함께합니다. 커다랗게 만들었던 하나의 원을 두 개로 나누어 각 반별로 서클을 진행했습니다. 소년원 생활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기에 적절한 주제 질문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은 때를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보호소년이 범죄행위를 하기 전이라고 대답합니다. 아예 아기 때로 되돌려 인생 자체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친구도 몇몇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삶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온 삶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일까요?
그리운 눈빛으로 엄마가 만들어준 미역국, 할머니가 차려준 밥을 소울푸드라고 말했던 친구들의 목소리도 떠오릅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노는 것도 자유롭지 않은 소년원 생활이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지내자고 부탁하던 친구의 진중한 표정도 기억에 남습니다. 낯이 익은 한 친구가 자기 인생에서 힘들었지만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경험으로, 지난해 가을 회복적 대화모임을 통해 친구와의 갈등을 대화로 풀었던 일을 언급할 때는 반가움과 뿌듯함이 차올랐습니다.
질문마다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단답식 답변으로 자기 차례를 서둘러 넘어가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 이야기를 듣는 게 답답하고 지루하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소감으로 평소 듣지 못했던 형, 동생,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25일 오후에 진행된 회복적 대화모임 본모임에서는 한 편의 브로맨스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방을 쓰면서 소년원 안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던 두 보호소년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서로의 감정을 험한 말로 표현하다가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가 징계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미 각자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갈등 상황과 사과 관련한 입장은 전혀 대립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발 방지를 위해 평소 함께 생활하며 불편했던 점이나 부탁하고 싶은 점을 나누는 데 중점을 두고 대화를 진행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한 친구가 평소 멋적어서 말하지 못했다며, 상대를 향한 깊은 우정을 자기만의 언어로 용기 내어 표현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상대 친구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감동을 받은 내색이 얼굴에 또렷했습니다. 소년원 안에서도 이런 우정이 피어날 수 있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소년원에서 24시간을 공유하는 친구들이지만, 사소한 것들이라도 서로 속마음을 나눌 기회는 많지 않은가 봅니다. 어느 공동체에서나 소통이 단절되면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갈등을 전환하고 피해와 영향에서 회복되려면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회복적정의 실천 프로그램을 통해 보호소년들에게 그런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제주소년원 정문을 나섰습니다.